[도심 속 녹색공간] 우리집 텃밭

입력 2012-08-09 14:28:43

자투리 공간만 있다면 '농사의 보람' 현실화

땅이 있어야만 텃밭을 가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발코니와 주택·건물 옥상 등에 화분이나 스티로폼 상자, 고무대야를 놓을 수 있는 손바닥 만한 자투리 공간만 있으면 각종 채소를 심고 기를 수 있다. 요즘에는 집안에서, 옥상에서, 회사 건물 내에서 직접 채소를 가꿀 수 있는 텃밭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린 집에서 길러서 먹어요"

#1. 대구시 서구 평리동 아파트에 사는 주부 김은경(46) 씨가 저녁 식사로 된장찌개를 끓이다가 아파트 발코니로 간다. 풋고추를 따기 위해서다. 발코니 사각형 화분에는 고추와 들깻잎, 방울토마토 등 갖가지 채소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수줍게 달린 고추와 방울토마토를 볼 때마다 김 씨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번진다.

김 씨는 "밖에서 사온 먹거리는 안전한지 의심부터 드는데 내가 직접 키운 채소라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내 손으로 재배한 농작물을 식탁에 올리면 보람도 느끼고 가족의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이지요." 김 씨는 특히 발코니는 비바람과 병충해의 영향을 덜 받아 파종'이식'수확 시기만 잘 맞추면 1년 내도록 아삭 아삭 거리는 신선한 채소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2. 김상윤(60·대구 동구 방촌동)·황복순(55) 씨 집 옥상 텃밭에는 벌써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텃밭 규모는 25㎡ 정도. 30여 개 화분에는 고추가 주렁주렁 열렸다. 김 씨는 아침저녁으로 옥상을 찾는다. 고추에 물을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올망졸망 열린 열매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피곤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텃밭을 찾게 된다고 했다. 김 씨 부부는 작년 고추를 수확해 김장을 담갔다. 남은 고추는 고추장을 담갔다. 풋고추는 이웃이나 식당 손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부인 황 씨는 채소 자라는 모습이 아이들 자라는 모습만큼이나 신기하고 예쁘다고 했다. "사랑해주면 식물이 아는 것 같아요. 정성을 쏟으면 확실히 달라요. 음식점 일만 해도 눈코 뜰 새가 없는데, 옥상에 텃밭을 가꾼 후로는 재미있어 더 부지런해졌어요."

#3.대구 달서구 상인동 상인프라자 옥상. 고층 오피스 빌딩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탓에 주변은 삭막하지만 옥상에는 주민들이 직접 가꾸는 500여㎡ 규모 상자 텃밭이 조성돼 있다. 26개 상자에서는 푸르름이 넘쳐난다. 텃밭 한쪽에는 커피나무도 자라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옥상에 올라 텃밭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홍명애(55·여·달서구 월성동) 씨는 "모종을 심은 뒤 꽃피고 열매 맺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신기하고 예쁠 수가 없어요. 텃밭을 주민들과 함께 돌보고 가꾸면서 사는 재미를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홍 씨는 "참외도 5개나 수확했으며, 수박도 열었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 잎속에 감춰뒀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홍 씨의 딸 오유진(30) 씨도 "딸과 함께 왔는데, 지금은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자꾸 보다 보면 자연의 섭리를 배우겠지요.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것 같아요. 할머니가 수확한 고추, 가지, 호박 등을 이웃에게 나눠주는 모습도 보기 좋고요." 엄마와 함께 텃밭 물주기에 따라 나선 정한들(4) 양은 "물을 주니 고추가 쑥쑥 커요"라며 신기해 했다.

대구'경북지역먹거리연대 이무용 본부장은 "아파트에 살면 이웃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함께 텃밭을 가꾸다 보니 수확한 채소도 나눠 먹을 정도로 친해졌다"며 "좀 더 확대해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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