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도심 노후공단, 이제 변신할 때다

입력 2012-08-09 07:55:43

불볕더위에도 최근 서대구산업단지의 재생사업이 대구시에 의해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국의 42개 도심노후 산업단지 중 대구 북구의 3산업단지과 함께 시범사업지구로 지정되었고, 지난 1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도 통과했다. 앞으로 약 2천억원의 국비와 시비 지원이 가능하게 되어 산업단지 내 도로, 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현재 재생사업지구 지정을 위한 지주 동의 절차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제 서대구산단의 변신 기회는 온 것이다.

지금까지 서대구산단 재개발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의 주장처럼 주거'상업 중심의 뉴타운식 개발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사실상 토지의 수요, 공급 측면을 고려해 볼 때 타당성이 떨어진다. 이는 도시성장론에서 학자들이 주장하는 유퍼스 나무 효과(upas tree effect)를 고려해 보더라도 40여 년간 산업단지로서의 뿌리를 무시하고 일시에 전혀 다른 변신을 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또한 이런 급격한 변화는 대구시 전체의 토지 이용의 효율성 측면과 산업정책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자칫 지가 체계를 혼란시켜 지역경제에 심각한 부담을 줄 우려가 크다.

필자의 견해로는 차제에 서대구산단은 도심에 존치해도 좋을 환경친화적인 산업단지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하고, 첨단도시형 산업이 많이 유치되어야 한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대구~광주 간 광역철도망 계획의 서대구역 신설을 고려해 서북부지역 거점지역으로의 발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기존 산업단지로서의 서대구산단 리모델링의 최대 걸림돌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지가 문제와 전략적 지원시설의 부족, 그리고 기존의 공해 유발 업체 문제가 핵심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높은 지가 문제는 산업단지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또한 재생사업 시행자의 분양성과 사업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대책은 일정지역을 전략산업지구로 지정해서 차세대 산업을 견인할 R&D 시설과 소프트웨어 클러스터, 스마트봉제산업빌리지 등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창업과 비즈니스 지원 체계를 함께 구축하여 신규 입주대상 기업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하며, 현재의 경제자유구역처럼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산업단지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서 사업 시행자에게 어느 정도 사업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일정 부분 근린생활 시설과 유통'상업시설 등 지원시설 면적의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염색, 도금 등 공해 발생 우려 업종에 대해서는 외곽에 이전할 대체산업단지를 마련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지금의 산업단지 내에서 특정지역을 협업단지로 집적화하여 국'시비 융자나 지원을 통해 기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실 서대구산단은 도심부와 근접해 있으면서도 신천대로와 고속도로, 철도 등 교통 접근성이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한다면 서대구산단의 개발 잠재력은 크며 미래는 매우 밝다고 생각한다. 구미와 대구의 생활권 통합 논의와 연계해 볼 때도 그렇고 대구~광주 간 철도망을 통한 영호남 연결의 교두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희망과 역동성이 넘치는 서대구로 발전하기 위한 재생사업의 첫 단계는 무엇보다 입주기업과 지주들로부터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멋진 그림도 이들의 참여와 협조가 없다면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입주기업은 공익을 위해 협조하는 일이 곧 스스로를 위하는 길임을 깨우쳐야 할 때이다. 또한 현 토지이용 상황을 감안할 때 대구시도 최소 분할면적 기준과 산업시설 면적 축소 등 미래지향적인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과반수 동의는 앞으로 서대구 지역과 대구 전체의 참신한 변신을 위한 디딤돌이자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할 과제이다. 기회는 왔다. 하지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권혁도/(사)서대구산업단지협회 전무이사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