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얼음 죽부인'을 아시나요

입력 2012-08-06 07:46:32

요즘 너무 더워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 열흘 이상 계속되는 더위에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된다. 더욱이 계속되는 열대야 때문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일상생활 리듬이 깨지다 보니 피로감이 심해져서 짜증과 신경과민 증상까지 나타난다. 정말 정신 차려서 이 날씨를 상대해야지 어름거리다가는 더위에 내가 녹아버리는 기분이 든다.

한낮에 뜨겁게 달아오른 지표의 열기는 해가 지면서 식어야 한다. 그런데 주변 상공의 온도가 지표면 온도보다 높은 탓에 위로 상승하지 못한 채 지표면의 열기와 함께 정체된다. 결국 밤에도 25℃ 이상의 고온현상이 지속되는 대기 역전현상이 바로 '열대야 현상'이다.

더위로 인한 우리의 짜증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로 일상의 크고 작은 갈등과 함께 증폭되는 요즈음이다. 그렇기에 열대야를 극복하는 건 단순히 밤잠을 설치는 것 이상을 말한다.

열대야를 극복하는 통상적인 방법들은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기, 이른 저녁 가벼운 운동하기, 잠자기 전 과식 피하기 등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초(超)열대야에 대적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그래서 최근 경험적으로 얻은 나만의 열대야 극복 비법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오늘 저녁은 또 얼마나 잠을 잘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하던 중 갑자기 추운 겨울에 잠자리에 엄마가 해 주던 유담프가 떠올랐다. 지금에는 찾아볼 수 없지만 유담프란 양철통같이 생긴 금속 재질에 뜨거운 물을 넣어서 이불 안에 넣으면 이불 안이 훈훈해져서 과거 추위를 녹일 때 쓰던 추억의 물건이다.

추위를 녹였던 방식을 역으로 더위를 식히는데 사용할 수는 없을까란 생각으로 실험적으로 페트병에 물을 넣고 냉동실에 넣은 후 얼음 페트병을 만들어 보았다. 그리고 얼음 페트병을 수건으로 말아서 잘 때 죽부인처럼 껴안고 잤더니 오랜만에 숙면을 취하게 되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가 아닌 이런 원시적인 온도저감방식은 의외로 많은 역할을 한다. 얼음이 녹으면서 주변의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실제 공기 중의 열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죽부인처럼 수건으로 싸인 얼음 페트병을 껴안고 자면 체내의 열을 흡수하게 된다.

더욱이 에어컨으로 더위를 식히다 보면 우리 몸의 자율적인 온도 조절 능력이 저하되지만 신체와의 접촉으로 더위를 식히는 방식은 우리 몸의 지속적인 온도조절 능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이렇게 열대야가 지속하는 요즈음 나만의 얼음 죽부인을 통해 그나마 숙면을 취하고 있고, 곁들여 런던에서 들려오는 금메달 소식은 무더위를 한 방에 날릴 만큼 후련함을 안겨준다. 우리 모두 더위와 열대야와의 파이팅뿐만 아니라 런던에서 애쓰는 우리 선수들에게도 파이팅을 보낸다.

이희경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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