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국악단 강습 신청자 몰려 인원 늘려
지난 1일, 연일 사람의 체온을 넘나드는 불볕더위 속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중년 아저씨'아줌마까지 모여앉아 전통악기 강습에 한창이었다. 지난달 30일부터 2주 동안 계속되는 대구시립국악단의 하계강습회다.
해금과 가야금, 장구, 단소, 한국무용을 가르치는 강의실에는 이글거리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배움의 '열기'가 넘쳤다. 당장 악보와 음계도 낯설지만, 그 소리가 들으면 들을수록 묘하고 정감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국악은 어렵고 낯설다'는 편견은 옛말. 요즘은 현대인들의 정서에 공감할 수 있는 음악들이 계속 발표되고, 쉽게 대중이 즐길 수 있는 공연 프로그램도 늘면서 국악의 저변은 크게 확대됐고 따라서 전통악기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꽤 늘었다. 덕분에 시민들 속으로 뛰어들어 악기를 가르치는 대구시립국악단원들도 신이 난다. 2주 동안의 대구시립국악단 하계강습회에는 수강 신청자가 몰려들어 가야금과 해금의 경우는 15명이었던 정원을 20명으로 늘려잡고도 부족해 밀려드는 문의전화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깊이있는 떨림을 선사하는 가야금이나 대금, 학창시절 한 번쯤은 불어봤던 단소, 두드리다 보면 절로 신명이 솟는 장구까지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악기는 없지만 특히 최근 들어 가장 인기있는 악기는 해금. 가늘게 떨리는 호소력있는 소리에다 운지법에 따라 서양음계도 자연스레 연주할 수 있다보니 현대적인 음악과 어우러진 해금곡들이 많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딸과 함께 해금과 가야금을 배우고 있는 신은정(41'여'달서구 유천동) 씨는 "해금소리가 너무 좋아 꼭 한 번 배워보고 싶기도 했고, 한국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우리나라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한자로 된 정간보를 봐야하는데다 음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힘들었던 12살 예진 양도 이제 수강 사흘 째를 맞이하면서 "이제는 동요 '학교종이 땡땡땡'이나 '산토끼' 를 연주할 수 있는 정도가 되니 해금 배우는 게 한결 재미있다"며 웃었다.
사실 2주간의 교육을 통해 악기를 배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지만 최소한 악기가 어떤 원리를 통해 어떤 소리를 내는지, 기본적인 연주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음악을 듣는 일이 한결 재밌고 친근해질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시립국악단원들이 매년 여름과 겨울 방학동안 시간을 쪼개 강습회를 마련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벌써 48회째를 맞은 국악단의 강습회는 거쳐간 연인원만도 6천 명에 달한다.
이현창 대구시립국악단 악장은 "이론으로 접근하면 수학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음악이지만 악기를 배우게 되면 가장 쉽고 빠르게 음악을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사운드로만 다가오는 서양 음악과는 달리 가(歌)'무(舞)'악(樂)이 한데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감상하기에도 더욱 수월한 것이 우리 국악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음악을 통해 도를 찾았고, 풍류를 통해 인생을 즐겼던 우리 선조들처럼 수강생들은 올여름 더위를 국악의 선율과 함께 날려보내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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