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1-짝 잃은 제비
지난해, 제비 부부가 열심히 둥지를 틀던 중, 한 놈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행방을 감췄다. 짝 잃은 제비는 집 짓던 일을 포기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더니 찬바람 내릴 때 인사도 없이 홀연히 강남으로 가 버렸다.
돌아온 한 마리가 여름이 무르익는 지금까지 외롭게 집 주위를 맴돈다. 작년에 짓다 중단한 둥지에 검불을 진흙에 이겨가며 허술한 곳에 손을 본다. 낮에는 어디 출장을 다니는지 밤에만 자러 온다. 제비도 기러기처럼 수절을 한다기에 짓궂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혹시나 새로운 짝을 만나 알을 까지 않았는지 조심스레 둥지에 손을 넣어 보았지만, 보드라운 감촉만 전달될 뿐, 황량한 빈집에 찬바람만 일렁인다.
무단 칩입자를 향해 날카롭게 짖어대며 바쁘게 파닥인다. 자기의 정절을 의심하는 주인이 얄미웠을 게다. 짓까불던 나래를 간간이 멈추면서 빨랫줄에 앉아 서럽게 울고 있다. 낭군을 향한 불경이부(不更二夫)의 정절을 지키려는 열녀의 처절한 울음인지, 아내 찾는 수컷의 서러운 노래인지 알 순 없지만, 팔자를 고치지 않았음은 확실하다.
청년 이혼, 중년 이혼, 황혼 이혼마저 급속히 늘어가는 희한한 세상이다. 신혼 초에는 혼수 문제로 이혼하고, 중년에는 상대의 불륜으로, 그리고 성격으로, 무슨 빌미가 그렇게도 많은지. 배우자와 사별하고 삼년상 운운하는 것은 흘러간 옛 이야기가 되었다.
아내와 작은 일로 티격태격했다. 젊은 날에는 베개 들고 이방 저방으로 더러는 다녔다. 나이 들어 금기인 줄 알면서도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워 딴방을 써 버렸다. 자는 둥 마는 둥, 선잠에 취한 나를 향해 제비는 짖어대고 있었다.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채. 지지배배 지지배배~
박기옥(경산시 와촌면 박사리)
♥수필2-배트맨 될 거예요
아이가 또래보다 작아서 늘 걱정이었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장난감을 서로 가지려고 다투었다는 얘기를 듣고 내 아이는 항상 울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먹는 것만 보면 도망가는 아이라 무엇을 좋아하고 잘 먹는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여야 할지, 날마다 고민되어 한의원을 찾았다.
"아이가 배 골이 작아서 그래요"배 골이 작아서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먹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사선생님이 물었다.
"커서 뭐 될래?"
"배트맨 될 거예요."
"그래? 왜 배트맨이 되고 싶어?"
"힘 쎄니까요"
"힘 세지려면 밥 많이 먹어야 돼"
"예"
며칠 전 배트맨(다크 라이트 라이즈) 영화를 보고난 뒤 보자기를 덮어쓰고 뛰어다녔다.
이 더위에 보자기를 덮어쓴 어깨에는 땀이 끈적끈적한데도 보자기를 벗지 않고 뛰다보니 배가 고픈지 삶은 감자, 누룽지, 복숭아 등 식탁에 올려 진 것들을 하나씩 집어 먹기 시작했다. '뭐든 잘 먹는 놈이 큰다'는 어르신 말씀이 생각난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맘껏 뛰어놀고 나니 저렇게도 잘 먹는데, 일찍부터 영어 공부시킨다며 어린이집에서 오면 또 학원으로 보내곤 했으니 지쳐서 먹지 못한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아이답게 맘껏 뛰어놀게 하고 잘 먹여서 어서 배 골을 키워야겠다. 그래야 힘 센 배트맨이 될 테니까.
김원희(대구시 북구 태전동)
♥시1-아이에게 부모로 살아가기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어른들이 지켜주자.
엄마, 바빠. 대충 먹고 학교 가!
엄마, 피곤해. 내일 얘기 해!
엄마, 지고는 못살아, 남보다 앞서 배워야 해. 너 이 학원 다녀!
엄마, 나 벌써 가슴이 나와요.
엄마, 나 게임 계속 할래요.
엄마, 나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성조숙증, 게임중독, 우울증…
우리 어른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것들이
우리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자.
엄마, 아무리 바빠도 엄마 손으로 해 줄게
엄마, 아무리 피곤해도 너랑 눈 맞추면 이야기 해 줄게
엄마, 아무리 자존심이 세도, 너에게 맞는 학원 보내 줄게.
너만의 향기와 빛깔을 가지고 행복하게 자라도록 엄마 아빠가 도와줄게.
엄마 아빠, 나 힘들 때, 엄마 아빠가 있어 너무 행복해요.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어른들이 지켜주자.
한민정(대구시 달서구 송현2동)
♥시2-욕망
하늘을 밟고 서는 일은
연못 위의 연꽃처럼
연못을 밟는 일이다
하늘을 밟을 수야 없지만
이렇게라도 밟을 수 있다는 생각이
때로는 우쭐대는 기쁨이지
정상의 우듬지 보려고 올랐으나
저 아래 들판
개망초 꽃 부러워서
민초로 살아
흰 나비 보고
검은 나비 보고
슬피 두견의 울음 따라도 울어보고
하늘이 내가 되고
연꽃이 내가 되고
산정이기도 하고
개망초 속 잡풀이기도 하고.
김영석(청도군 이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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