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필귀정] 안철수 교수는 바른 생활 아저씨일까

입력 2012-08-02 11:06:44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의사, 기업인, 교수 등 여러 직업을 거치면서 성공한 인물이다. 언젠가는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진정한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다가 별 너머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고 하니 대단한 내공이다. 그러나 대선이 넉 달 반(139일) 앞으로 다가온 2일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묻지 마 지지'를 받고 있으면서도 대권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하루빨리 대권과 관련한 결단을 내려야 할 책무를 지니고 있는 안철수 교수를 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든다.

하나는 과연 '안철수 교수는 바른 생활 아저씨'이기만 할까라는 생각이다. 2009년부터 단 두 번의 예능 프로 출연과 청춘콘서트, 책 출간, 각종 강연만으로도 기성 정치판을 뒤흔들어놓는 파괴력의 안 교수는 힐링캠프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월급날 어음깡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가면서 직원에게 곰보빵을 사준 게 자신이 저지른 편법이라면 편법이라고 털어놓았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해서는 학교 다닐 때 성인영화 본 것이 일탈이라면 일탈이라고 쑥스러운 듯이 밝혔다.

범생이 풍모에 인생의 전환기마다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얼마나 보탬이 될까를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는 안 교수의 이 정도 편법 일탈 고백은 바른 생활 아저씨의 결정판처럼 다가오며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재벌의 부패와 중산층의 이기심에 진저리 치던 서민들로서는 무결점 후보로 여기며 맹목적인 지지를 보일 만하다.

그런데 재벌 2, 3세들과 벤처기업인 모임 브이소사이어티 창립 멤버이던 안 교수가 1조 5천억 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동참한 사실이 밝혀졌다. 적어도 힐링캠프나 무릎팍도사에서, 혹은 대선 공약집이라고 할 수 있는 '안철수의 생각' 어디에선가는 이 일을 미리 언급했어야 바른 생활 아저씨답지 않을까?

비리를 저지른 재벌은 반쯤 죽여놔야 한다는 안 교수의 거친 말을 담은 동영상이 나돌고 있는데 바른 생활 아저씨 안 교수가 분식회계를 저지른 이너서클 멤버 최태원 회장의 구명 운동에 동참한 사실을 잊어버리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둘째 안철수 교수는 말과 행동이 같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안 교수는 재벌 회장의 탄원 운동에 이어 지난 2001년 자본금 1천억 원 규모의 인터넷 전용 은행 브이뱅크 공동 설립에도 자회사를 통해 자본금을 투자했다. 비록 실제 창설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인터넷 전용 은행 브이뱅크 창립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 회장 등과 보조를 맞췄다. 안 교수는 이번에 출간한 책에서 기업의 선의를 믿기 어렵기 때문에 금산분리정책은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썼으면서 불과 10여 년 전에는 인터넷 전용 은행 창립에 발을 담근 것이다.

셋째는 안철수 교수가 한 말의 진정성이다. 안 교수는 입대일까지 백신을 만드느라 가족에게 말도 못 한 채 군에 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입대일 아침까지 백신 업데이트하더니 허둥지둥 지하철 타고 서울역으로 달려간 안철수를 기차 태워 보냈다고 했다. 무릎팍도사에서 쿵쿵따도 모르는 장면을 노출한 안 교수가 예능 프로의 극적인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입대날 배웅 나온 아내를 못 봤다고 한 것일까?

안 교수는 미켈란젤로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V3 최초 버전 개발에 몰입하다가 가족에게 알리지 못하고 군에 갔다고 했지만 미켈란젤로 바이러스는 1991년 4월에 첫 발견됐고, 안 교수는 이보다 두 달 빠른 1991년 2월 6일 입대했다. 이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시기는 1992년 초이다. 안철수 교수의 삶이 대선을 앞두고 재구성되는 것은 아닐 텐데, 미켈란젤로 바이러스를 둘러싼 시간차는 어디서 온 혼란일까?

썩은 기성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시민세력의 지지를 온몸에 받고 있는 안철수 교수가 그의 신조대로 흔적을 남기는 삶을 사는 첩경이 대권가도뿐일까, 그 대권가도가 지천명에 접어든 올해 선거뿐일까? 이제 쉰을 넘어선 안철수 교수가 영국에 민주주의를 꽃피운 페이비언협회처럼, 그런 피 없는 혁명, 소리 없는 전진을 이끌어가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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