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생각' 언행 불일치?…재벌과 함께 은행설립 시도

입력 2012-08-02 10:11:07

최태원 회장 구명운동 이어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2001년 재벌 2, 3세와 벤처 기업인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과 함께 인터넷 전용은행을 설립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유력 대선 주자인 안 교수의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는 안 교수가 자신의 저서를 통해 밝힌 '금산(金産)분리 강화' 입장과도 배치되는 것으로, 분식회계 혐의로 사법처리된 최태원 SK회장 구명 탄원서 서명과 함께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대해서는 '안 교수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안 교수는 당시 브이소사이어티 회원들인 SK와 롯데, 코오롱, 신세계 등 대기업과 벤처기업 20여 곳과 함께 자본금 1천억원 규모의 인터넷 전용은행 '브이뱅크'를 설립하기로 하고 '브이뱅크 컨설팅'이라는 회사 설립에 참여했다. 안 교수는 당시 안철수연구소의 자회사인 '자무스'를 통해 증자 과정에서 3천만원 정도를 투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브이뱅크'는 SK나 롯데 등 대기업의 은행업 진출 발판을 마련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자금 확보와 금융실명제법 문제 등에 부딪혀 설립이 무산됐다.

이 같은 문제가 집중적으로 조명되자 정치권에서는 당시 안 교수가 CEO로 있던 안철수연구소의 자회사가 대기업과 함께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했던 것은 그가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바 있는 '금산분리 강화' 원칙에 반(反)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안 교수 측 유민영 대변인은 1일 "브이뱅크는 성사되지도 않은 사업"이라면서 "의혹 제기에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안 교수와 가까운 금태섭 변호사도 2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 "인터넷 보안을 담당하는 자회사가 업무상 관련성 때문에 3천만원이 들어간 것"이라며 "설립에는 전혀 관여를 안 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 비난하는 것은 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 교수의 행보에 대해 그의 측근들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안 교수는 책 출간과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선 이후 열흘 째 대중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안 교수의 침묵 행보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검증 공세가 이어지면서 대선 구도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 시점에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이 증폭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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