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 진드기 잡아줄 때 손에 비닐장갑 꼭

입력 2012-07-26 15:09:37

대구의 열대야에 사람은 물론 개들도 영향을 받아 밤잠을 설치곤 한다. 그래서 밤에 앞산이나 신천둔치 등으로 산책을 갈 때 개들도 어김없이 동행하곤 한다. 그런데 개들이 잔디밭에서 뛰어놀다 보면 진드기에 감염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밤에는 잘 모르지만 다음 날 개가 몹시 가려운 듯 몸을 긁고 있는 것. 자세히 보면 검은 콩알만 한 진드기가 서혜부나 귀밑에 붙어 피를 빨아먹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개를 목욕시키고 눈에 보이는 진드기를 잡아 없앤 뒤 한숨을 돌린다. 그러고도 걱정이 가시지 않아 동물병원에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진드기를 통해 개에 전염되는 질병이 많기 때문이다.

진드기는 주둥이에 있는 침을 통해 개의 피부에 구멍을 내고 피를 빨아 먹는데, 이때 진드기의 병원균이 전파된다. 대표적인 질병이 바베시아증·라임병·리케치아증 등이다. 이러한 질병은 사람도 걸릴 수 있는 전염병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진드기를 잡을 경우 가능하면 비닐장갑을 끼는 것이 안전하다. 손에 상처가 있을 경우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베시아증은 대형견종인 사냥개나 투견인 도사견, 핏불테리어 등에 감염이 잘 된다. 증상은 초기 식욕감퇴와 운동 저하, 발열 등이다. 증상이 진행되면 빈혈과 혈색소뇨, 근경련 등으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개가 혈뇨를 보면 동물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다. 항원충제를 이용해 원충을 제거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 수혈 및 비타민제제와 철분제를 병행해 경구에 투여한다. 라임병과 리케치아증은 아직 국내에서 발생됐다는 보고가 없다. 하지만 최근 수입 대형견종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주 한 진도견이 식욕이 없고 보행을 잘 못하며, 심한 빈혈과 탈진을 겪어 동물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혈액검사와 방사선 촬영을 했더니 심장사상충과 에를르키아에 감염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진도견의 몸을 살펴봤더니 얼굴과 엉덩이 주변에 진드기가 붙어 있었다. 장갑을 끼고 진드기를 모두 잡은 다음, 외부기생충 구제약을 몸에 발라줬다. 이 진도견은 약 3주 정도 치료제를 복용했고, 빈혈이 심해 수혈도 받았다. 다행히 상태가 호전됐고, 식욕도 좋아지는 등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

진드기의 공격을 막는 방법은 개가 풀숲에 들어갈 경우를 대비해 살충목걸이를 착용시키거나 1개월에 한 번씩 진드기 구제 예방약을 등에 바르는 것이다. 시중에 다양한 외부기생충 구제약이 나와 있다. 목에 목줄처럼 채우는 제품도 있고, 파우더형으로 털에 발라주는 제품, 액체로 된 도포 형태의 제품 등이다.

최동학 <대구시수의사회 회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