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다음엔…? 대구경북 '정치 미래' 걱정된다

입력 2012-07-24 09:47:29

타지역 단체장들 대권도전, 여야 PK출신은 6명…지역선 '잠룡' 찾기

140여 일을 앞둔 올해 대선에 현재까지 모두 13명의 주자가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광역단체장 출신만 6명이다. 새누리당에선 김문수 경기도지사'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안상수 전 인천시장, 민주통합당에선 박준영 전남도지사'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숫자로만 보면 올해 대선은 미국처럼 '거버너(Governor'주지사) 전성시대'인 셈이다. 하지만 대구경북에선 '용꿈'을 꾸는 이가 없다. 김범일 대구시장이나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2014년에 치러질 지방선거에만 바짝 신경을 쓰는 눈치다. 대구경북의 역대 민선단체장들은 어느 대선에도 도전한 바가 없다.

단체장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물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비판적인 쪽에선 정치인들이 대선 디딤돌로 단체장 직을 활용한다고 지적한다. 사퇴에 따른 행정 공백'보궐선거 비용도 쟁점이다. 찬성하는 쪽은 "국정 축소판을 통해 행정과 정치를 동시에 경험한 이들이 대선 무대에 나서는 것은 시대적 추세"라고 반박한다. 이명박 대통령도 청계천 복원 등 서울시장 재임 당시 업적이 청와대행(行)에 큰 도움이 됐다.

김문수 지사는 최근 "도지사의 법정사무만 8천 가지가 넘는다"며 "국회의원 몇 번 한 것보다 도지사 몇 번 한 것이 훨씬 중요한 국정 부문에 대한 검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찬반양론을 떠나 대구경북에선 지역 단체장들의 행보에 대해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구체적으로는 '도전 정신의 실종' 및 '자생력 부재'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정치권 한 인사는 "대구경북에선 2017년 대선을 목표로 삼은 잠룡이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며 "지역의 정치적 위상이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선 판세를 보더라도 대구경북은 큰소리칠 형편이 못 된다. 특히 인접한 부산경남과 비교하면 더욱 초라해진다. PK 출신은 단체장 출신 2명을 포함해 5명이 뛰어들었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까지 더하면 6명에 이른다. 결국 대선이 PK 대 비(非)PK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관측이다.

대구경북 단체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이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가장 큰 원인은 유력 대권 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존재 때문이다. 스스로 우물 안 개구리 신세에 만족하고 있는 셈이다. 전'현직 국회의원이나 기초단체장으로 시야를 넓히더라도 대안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한다는 질타를 면키 어렵다. 손 전 지사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본격적으로 대선 예비수업을 한다고 생각한 것은 경기지사 때부터였다"며 "그때부터 중앙정부 영역인 교육'환경 쪽에 관심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포스트 박근혜'를 표방하고 나서는 인사조차 없는 것을 대구경북의 정치적 다양성 부족 탓으로 해석한다. 같은 당 소속의 고교 선후배 사이지만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부산의 문재인'조경태 의원의 공방이 대구경북에서 가능한 일이냐는 자조도 나온다. 아울러 정치적 역량보다 스펙 위주의 공천과 이에 무비판적으로 대응해온 지역민들의 투표 관행도 함께 고쳐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영남권 유일의 3선 민주당 중진인 조경태 의원(사하을'3선)은 "부산에선 지역주의 벽을 넘으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전이 있었기에 조경태, 문재인의 도전이 가능했다"며 "대구경북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선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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