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우리가 멍청해 보일 때

입력 2012-07-17 11:07:39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1861년 열차와 역마차를 번갈아 타며 미국 전역을 돌아다녔다. 여행 중에 그는 '대소금 호수' 근처를 지나가다가 '고시우테족'을 만났다고 한다. 트웨인은 그들을 '내가 지금까지 본 인간 중에서 가장 비참한 인간 유형'이라고 평가한 다음 '그들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마을도 없으며, 바위투성이의 춥고 거친 황무지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 고릴라나 캥거루, 들쥐나 어떤 다른 동물의 자손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흔히 사람이 예술과 문화, 종교와 철학 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인류에게 필요한 과학기술을 발명할 수 있었던 것은 '여가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구에서 예술과 철학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노예노동'을 통해 귀족들이 여가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굳이 예술이나 철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오늘날 우리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 역시 더 많은 여가 시간을 얻고, 더 풍요롭고 따뜻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일주일에 최소 40시간을 일한다. 남편만 일해서는 먹고살기조차 빠듯해서 아내까지 나서서 부부가 일주일에 최소 80시간을 일해야 쥐꼬리만 한 여가를 얻는다.(사실은 이만큼 적게 일하는 직장도 드물다.)

성인 남자의 하루 권장 칼로리는 대략 2천300㎉, 여성은 1천900㎉다. 트웨인이 만났던 '고시우테족' 역시 하루 평균 2천㎉의 음식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이들이 그것을 얻기 위해 지불한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으로 일주일 평균 15시간이 안 된다.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 역시 식량 및 여타 생필품을 얻기 위해 보내는 시간은 주당 15시간이 안 된다. 나머지는 놀고먹고, 이야기하고, 음악을 연주한다.

'고시우테족'이나 '쿵족'의 성인은 직계 가족(자식과 부모)이 그날 먹고사는 데 필요한 만큼만 노동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모두 인간다운 삶, 즉 여가에 쓴다. 해서 가족 간의 유대는 깊고, 삶은 안락하며, 부족의 전체 행동은 품위 있다. 현대인은 여가와 안락과 품위를 구하기 위해 뼈 빠지게 일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고시우테족'과 같은 여가를 얻지도, 가족 간의 유대와 평화를 얻지도 못했다. 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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