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16, 유신 체제와 결별하는 용기를

입력 2012-07-17 11:08:55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인 박근혜 의원이 16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5'16 군사정변은 옹호하고 유신 체제에 대해서는 평가를 회피했다. 박 의원은 "5'16은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리나라가 오늘에 이른 데는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유신 체제에 대해서는 "지금도 찬반 논란이 있으니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역사 인식은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문제가 있다. 박 의원은 5년 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 때에도 5'16을 '구국의 혁명'으로 규정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에는 그러한 명시적 표현 대신 '최선의 선택'이라는 용어를 썼으나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5'16을 통해 집권한 박 전 대통령이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5'16은 헌정을 중단시킨 군사정변이었으며 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웠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고 그에 대한 향수가 존재하는 현실이지만 공과를 따져봤을 때 5'16이 군의 탈법적 정치 개입이라는 부정적인 유산을 남겼다는 점에서 그러한 평가는 옳지 않다.

유신 체제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유신 체제는 장기 집권을 꾀하려고 헌정을 파괴한 것인데도 역사의 판단에 맡긴다는 애매한 답변으로 비켜갔으며 이는 비겁한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유력한 대선 주자인 박 의원이 이러한 역사 인식에 머물러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박 의원은 선친이 남긴 부정적 유산과 결별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이 시대정신에 따르는 길임을 되새겨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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