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타개…자존심 접고 실속 택하다
길어지는 불황 앞에 '자존심'을 버리는 업체들이 등장했다. 고가의 메뉴나 고급 브랜드 매장이 소비자들에게 외면받자 '불황 맞춤 리노베이션'을 감행하고 있는 것. 나이트클럽 하면 떠오르는 양주를 버리는 대신 소주를 택하고, 명품브랜드로 명품 유통을 지향하던 백화점이 저가브랜드 유치에 나서고 있다.
◆불황에는 역시 소주, 나이트도 '소주 나이트'
수성구 두산동의 한 나이트클럽은 양주 대신 소주, 막걸리 등 가격 부담이 적은 주류들을 메뉴에 올려놨다. 이곳 김만휘 대표는 서울이나 부산 등지에서 소주를 판매하는 나이트클럽이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지난달부터 소주나이트로 전환했다.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기존 나이트클럽보다 손님이 30% 이상 늘었고, 술값 부담이 적어졌다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김 대표는 "소비자들이 경기가 나쁘면 나이트클럽 등의 유흥업소에 쓰는 돈을 가장 먼저 줄이기 때문에 소주나이트로 사업을 전환했다"며 "4명이서 즐겁게 놀아도 10만원이 채 나오지 않다보니 손님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많이 들른다"고 말했다.
소주나이트의 등장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싼 양주 대신 소주를 많이 찾는 주류 소비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다.
불황으로 양주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은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양주 판매량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105만9천916상자로 작년 같은 기간의 117만8천667상자보다 10.1% 감소했다. 1상자는 500㎖들이 18병 기준이다.
맥주시장도 올 들어 위축세다. 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양분하는 맥주시장의 1∼4월 출고량은 5천218만상자(상자당 20병)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천407만 상자보다 3.49% 줄었다. '카스'의 오비맥주가 플러스 신장률을 보인 데 비해 하이트진로는 주춤하고 있다.
반면 소주의 판매는 소폭 늘었다. 1∼4월 소주 출고량은 3천729만2천498상자(상자당 30병)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천661만5천543상자보다 1.85% 증가했다.
◆자존심 버리고 실속형 매장 늘려가는 백화점
11일 오후 여름정기 세일 중인 한 백화점. 1, 2층의 명품브랜드 매장과 화장품 매장은 층 전체에 서너 명의 손님이 보일 정도로 한산했다. 하지만 지하의 한 매장에는 20~3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유명 SPA 브랜드(패스트 패션) 매장이었다. 이 브랜드에서 2만9천900원에 팔던 티셔츠를 5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임성희(28'여) 씨는 "백화점에 들르면 식품관과 SPA브랜드 매장 두 곳만 간다"며 "휘황찬란한 명품브랜드를 갖고 싶긴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저렴한 쪽에만 손이 간다"고 말했다.
명품과 고가 브랜드로 대표되던 백화점도 불황으로 매장 구성이 바뀌고 있다. SPA브랜드 등 저가 의류를 판매하고 생활용품도 합리적인 가격의 브랜드를 늘리고 있는 것.
대구지역 백화점에 따르면 15~20% 정도로 구성됐던 백화점 내 중저가브랜드 매장 비중은 최근 들어 30%에 육박하고 있다. 영캐주얼 등 주로 젊은 층들이 선호하는 중저가 브랜드 매장은 과거 백화점 한 층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면 최근 1, 2년 사이에는 백화점 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티셔츠 한 장이 1만~2만원대 정도인 SPA 브랜드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대구지역 백화점에도 유니클로, GAP 등 다양한 SPA브랜드 10여 개 정도가 입점해있다.
동아백화점은 직매입을 통한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으로 잘 알려진 이랜드가 2010년 인수한 이후 매장 구성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 SPAO, MIXXO 등 SPA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명품 매장도 브랜드 매장이 아닌 직매입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판매하는 멀티형 매장으로 바꿨다. 생활용품의 경우 대부분의 백화점이 유명 수입 브랜드 등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반면 모던하우스라는 고유 브랜드를 만들어 실속형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유명 고가 브랜드의 경우 가격 만큼이나 입점 조건도 까다로운데 여기에 판매실적도 좋지 않다보니 백화점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며 "기존에는 명품과 고가브랜드 유치가 백화점의 자존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자존심을 버리고 실속형 매장과 SPA 브랜드로 새로운 생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SPA브랜드 [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 ]
자사의 기획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하여 유통까지 하는 전문 소매점. 제조사가 정책 결정의 주체가 되어 대량생산 방식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여 제조원가를 낮추고, 유통 단계를 축소시켜 저렴한 가격에 빠른 상품 회전을 하는 것을 특징으로 함.
[네이버 검색] 출처:지식경제용어사전, 지식경제부, 2010, 대한민국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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