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피에르 불 지음/ 이원복 옮김/ 소담출판사 펴냄
찰톤 헤스톤이 주연한 고전영화 '혹성탈출'은 TV로 본 때가 까마득한데도 아직 뇌리에 선명하게 다가온다. 주인공이 말을 타고 유인원의 도시를 탈출했지만 바닷가에 쓰러져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목격하고 울부짖는 마지막 장면은 충격 그 자체였다. 이 영화는 지구의 디스토피아를 그리며 SF의 명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영화의 잔상이 남아있는 채 최근 이 영화의 원작인 소설 '혹성탈출'을 잡게 되었다. 소설 '혹성탈출'은 프랑스의 고생물인류학자 피에르 볼이 1963년 쓴 작품으로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번역서가 출간됐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대충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영화와 소설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보는 재미로 글을 읽어나갔다. 영화의 내용을 기억하는 상황에서 소설의 내용은 꽤 다르다.
소설에서는 우주비행사 부부가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편지를 발견한다. 내용인즉, 어느 지구인이 유인원들의 행성에 불시착했는데 본래 이 행성의 주인이었던 인간이 과학 발달로 퇴화해버리고 유인원들이 지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우주선을 통해 유인원의 도시를 탈출해 지구로 돌아가는 데 겨우 성공한다. 하지만 주인공 앞에 나타난 이들 역시 유인원이다. 이미 지구 또한 과학의 지나친 발달로 인간이 퇴화해버리고 유인원들의 지배를 받는 것. 우주비행사 부부는 이 편지를 말도 안 된다며 웃어넘긴다. 이 우주비행사 부부 또한 유인원이라는 점이다. 영화와는 다른 마무리지만 이 또한 상당한 반전과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설에서는 유인원이 인간들을 생체실험하는 모습을 주인공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전두엽을 절단당해 식욕을 느끼지 못하고 굶어 죽어가는 인간, 측두엽을 제거당해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린 인간, 대뇌피질을 손상당해 모성애를 잃고 자식을 내팽개치는 인간, 뇌에 전기자극을 받아 발작과 경련을 일으키는 인간…. 이런 장면을 통해 지은이의 메시지는 뚜렷하다. 우리도 생체실험이란 명목으로 동물들을 향해 수술용 메스를 휘두르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유인원 사회는 마치 우리 인간의 사회를 옮겨놓은 듯 권력에 대한 암투와 음모 등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이 소설은 SF 소설의 형식을 따왔지만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폭력과 부조리, 부패 등을 말하는 것이다.
이 책을 덮으며 아쉬운 점이 있다면 글 곳곳에 어려운 표현과 단어가 나타나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은 책을 읽는 내내 떨칠 수 없었다. 242쪽, 1만1천500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