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만이라도 매지 않게 해달라."(변호사) "최소한의 예의다."(법원)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법정 내 넥타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변호사들은 '더운 날씨와 찌는 법정에서 제발 넥타이만이라도 매지 않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법관들은 '넥타이는 법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변호사들은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쿨비즈'(시원한 여름 옷)를 권장하고 있는 만큼 법조인들도 넥타이를 매지 않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의 한 변호사는 "7, 8월 한더위 때 사무실을 나와 법원 앞 대로에서 긴 신호를 기다리고, 법원 오르막길을 올라 법정에 헐레벌떡 다다르면 숨이 턱턱 막히고 땀이 줄줄 흐른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반소매나 반바지를 입겠다는 것도 아니다. 정장을 입겠지만 한여름에 한해 넥타이만이라도 안 매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판검사들은 냉방이 되는 청사에 머물러 있지만 보따리를 갖고 이곳저곳 옮겨다녀야 하는 변호사들은 더위에 고충이 많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에 대해 법관들은 넥타이에 법복까지 입고 법정에 들어가는데 변호사도 최소한의 예의와 형식은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정 밖에서야 넥타이를 매든 편한 차림을 하든 상관없지만 법정에 들어올 때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만 법정 권위가 선다는 것.
대구법원 한 판사는 "변호사든 판검사든 신뢰를 중시하는 직업인 만큼 의뢰인, 방청객 등에게 단정한 모습으로 믿음을 주고, 법정의 엄숙한 분위기를 위해서도 넥타이를 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내용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위해선 형식이 갖춰져야 한다"며 "관점의 차이이긴 하지만 하나가 무너지면 또 다른 것들이 연속으로 무너질 수 있는 만큼 법정 권위를 지키는 데 변호사들이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넥타이를 매지 않고 법정에 들어오는 변호사들이 없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매지 않고 왔을 경우엔 "급해서 못 매고 왔다"며 재판부에 양해를 구하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변호사 복장에 대해 어떠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넥타이에 정장'이 관행처럼 지켜져 왔다. 영국의 경우는 변호사도 법복에 위그(Wig)로 불리는 가발까지 쓰는 것이 전통으로 내려왔지만 2008년 형사재판을 제외하고는 위그 착용이 폐지됐고, 미국은 짙은 색깔 계통의 양복에 넥타이를 매는 게 관행이다. 일본도 넥타이에 정장 차림이 오랜 관행이었지만 지금은 한여름엔 '노타이' 등 쿨비즈 복장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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