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대구 근대골목의 세계화

입력 2012-07-04 15:09:49

지난달 중순으로 기억된다. 대구 중구 향촌동에 위치한 지인의 사무실에 자료를 찾기 위해 들렀다가 의외의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날은 가랑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우의를 입고, 우산을 받쳐 들고 골목투어를 하고 있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았던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상품이 된 '대구 근대골목 투어'의 인기와 저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대구의 근대골목은 일제강점기 민족저항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청라언덕과 계산성당과 이상화 고택 등은 대구의 소중한 보물들로 '거리 박물관'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민족저항 의식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의 본산지라 할 수 있는 대구 예술인들의 흔적과 체취를 느껴 볼 수 있는 워킹투어 코스가 아직 없다는 점이다.

한국 근대화단의 귀재 이인성의 생애 중 황금기라 할 수 있던 남산병원의 아틀리에와 민족화가 이중섭의 고달팠던 삶이 짙게 배어 있던 향촌동 백록다방과 경복여관, 그리고 미 공보원 전시장(USIS)은 한국 근대미술 역사의 소중한 보고(寶庫)임에도 아직까지 충분한 조사나 자료수집 한 번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했다는 점이다. 6'25전쟁을 피해 대구로 피란 내려와 개인전을 개최한 청전 이상범의 작업실 또한 대구 근대골목 투어의 소중한 재원이 될 것이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에 가면 흔히 접하는 관경 중 하나가 예술가의 생애를 좇으며 그의 예술과 삶을 되짚어 보는 여행이다. 그중 대표적인 화가를 꼽으라면 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 빈센트 반 고흐를 제일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생전에는 '저주받은 그림쟁이'로 불릴 만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그를 추모하며 그의 삶의 흔적을 찾고 있다. 그중 1890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70여 일간 지냈던 오베르 쉬라즈의 라부 여인숙(Auberge Ravoux)은 고독과 처절히 싸웠던 고흐의 모든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것이 예술가의 삶과 흔적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예술기행일 것이다.

대구의 근대골목에는 아직까지 찾아내지 못한 수많은 예술가의 삶과 애환이 서려 있으며, 그곳에는 수많은 근대예술의 스토리텔링이 숨어 있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상품이 된 '대구 근대골목 투어'가 세계적인 관광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쉽게 골목투어를 즐길 수 있는 가이드북과 앱 제작, 체험숙박시설들도 있어야 하겠지만, 예술가의 숨결을 고스란히 전해줄 수 있는 흔적들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일이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