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이 3일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은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와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겨 대선에 출마, 당선된 것은 이 전 부의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6선 의원을 지낸 이 전 부의장의 대선 과정에서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이 대통령 집권 초기, 힘이 쏠리면서 야권으로부터는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비판을 받고 정두언 의원 등 개국공신들과도 갈등을 빚게 되자 이 전 부의장은 급기야 정치에서는 손을 떼고 자원외교에 나섰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말, 그는 검찰 수사의 칼끝을 피하지 못하는 형국에 처하게 됐다.
이 전 부의장이 임기를 7개월여 남겨둔 현직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을 주는 처지로 몰리게 된 것은 한마디로 '대선 캠프의 저주' 탓이다. 그는 이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 그룹이었던 6인회의 좌장이었다. 이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각각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낙마하면서 이 전 부의장의 몰락은 예정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현 정권의 '2인자'로 불렸던 이재오 의원은 아예 대선 승리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낙선, '자의 반 타의 반' 외유길에 올라 제대로 권력을 누리지도 못한 채 권력 주변을 맴돌다 이번 총선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또한 이국철 전 SLS그룹 회장 스캔들에 엮였던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역시 대선 캠프에서의 활동 자금이 문제였다. 검찰 수사는 이 전 부의장을 넘어 핵심 개국공신인 정두언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 당시 이 대통령 캠프에서는 각자가 필요로 하는 돈을 알아서 마련해 쓰는 시스템이었다. 대선 캠프에 몸담는 순간, 그들의 거취는 검찰의 손에 넘어간 것과 다름없다.
대선 캠프를 구성하는 데에는 적잖은 돈이 필요하다. 대선 주자들의 주요 활동 무대인 서울 여의도에 그럴듯한 규모의 캠프 사무실을 임대하고 운영하는 데에만 수억 원의 돈이 필요하다. 또 캠프에 참여하는 수많은 정치인들이 각종 조직을 구성하고 꾸려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우리나라 대선 구조다.
미국처럼 경선 자금을 합법적으로 모금해서 경선을 치르는 시스템이 아닌 한, 모든 대선 주자는 돈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고 정치자금법의 경계선상을 오르내릴 수밖에 없게 된다.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유력 인사는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 '줄'을 잡으려는 돈줄을 움켜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는 자신이 지지하는 예비 주자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그 돈줄을 위해 힘을 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몇 년 후 검찰에 소환되던 이 전 부의장의 모습을 자신과 오버랩시켜야 할 것이다.
내주 초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둔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캠프가 2일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문을 열었다. 홍사덕 전 의원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을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하고 최경환 의원을 총괄본부장으로 전면에 내세운 매머드급이다. 윤상현 이상일 의원 등이 홍보를 맡는 등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수십여 명의 캠프 핵심인사들이 박 전 대표의 경선 승리와 본선인 대선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이미 전국 곳곳에서도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사조직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만일 박 전 대표가 연말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캠프를 움직이는 핵심 인사 중 몇몇은 검찰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해본다.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민주통합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의 핵심 캠프 인사들 역시 마찬가지의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역사는 되풀이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 씨에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도 사법처리 전철을 밟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도 수모를 겪었다.
차기 대통령은 그런 부끄러운 전철을 더 이상 밟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대선 조직인 캠프 운영부터 온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대선 주자와 국민을 분리하는 커튼과 철문을 걷어내고 캠프의 모든 것을 국민에게 열어두고 '소통'하는 대선 주자의 출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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