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通(통)하고 統(통)해야 하는 차기 대통령

입력 2012-06-27 10:59:19

모든 세상 일에는 빛과 어둠이 같이 있는 법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과 부정, 양(陽)과 음(陰)의 모습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느 한쪽만 보고 판단을 했다가는 잘못을 저지르기 십상이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전'현직 대통령들 역시 긍정'부정적 면을 같이 갖고 있다. 대한민국 발전에 이바지한 것도 있는 반면 나라에 그늘을 드리운 것도 있다는 말이다. 100% 잘했다는 대통령도 없고, 100% 잘못했다는 대통령도 없다는 얘기로도 표현할 수 있다. 이들의 공과(功過)를 조목조목 따져 종합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통령들에 대해 평가를 하면서 긍정적 역할보다는 부정적 역할에 더 주목한 그릇된 경향이 없지 않았다. 친일과 독재, 민주운동 탄압, 무능력, 북한에 대한 일방적 퍼주기,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소통 부재 등 부정적 측면만 보고 대통령들을 평가한 것이다. 대통령들이 지닌 허물에만 눈길을 줬을 뿐 그들이 거둔 성과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뤘다. 이 때문에 링컨이나 케네디 등 미국의 대통령들은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아이들에게 위인이라고 칭송하면서, 정작 우리 대통령은 변변찮은 존재, 더 심하게는 나라에 나쁜 영향을 끼친 사람들로 치부하는 실정이기도 했다.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 측면을 더욱더 눈여겨보고 평가한다면 전'현직 대통령들에 대한 그림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승만은 대한민국의 기틀을 다진 인물로, 박정희는 산업화를 이끌어 선진국 진입의 주춧돌을 놓은 인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두환은 물가 안정, 노태우는 북방외교, 김영삼'김대중은 민주화, 노무현은 권위주의 타파, 이명박 대통령은 선진화에 기여한 인물로 각각 방점을 찍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대통령을 시대정신(時代精神'spirit of the age)을 구현한 인물로 볼 수도 있다. '시대정신은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한 볼테르의 말처럼 광복 이후 대한민국을 움직인 시대정신은 바로 '산업화'와 '민주화'였다. 이 둘 가운데 산업화를 먼저 시대정신으로 설정하고 구현한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산업화의 바탕 위에서 민주화란 시대정신도 비로소 꽃을 피웠다.

시대정신을 깨닫고 구현하는 것이 대통령의 책임과 의무라면 12월 19일 선출될 차기 대통령이 실천에 전력투구해야 할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우선 통(通)을 시대정신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외형상으로 대한민국은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갈등의 공화국'이다. 세대와 계층, 지역 간의 갈등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 이 모든 갈등의 원인은 소통이 되지 않는 데에 있다. 불화와 갈등을 넘어 다 같이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첫 걸음은 소통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통령을 두고 '불통'(不通)이란 소리가 나와서는 안 된다.

그다음으로 차기 대통령이 깨달아야 할 시대정신은 통(統)이다. 북한 자체는 물론 국제 정세를 봤을 때 차기 대통령 임기 중에 북한의 격변 사태가 올 것이 분명하다. 북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긴 안목을 갖고 통일을 준비하는 게 다음 대통령의 시대정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을 두고 '하늘이 낸다'는 말도 있지만 시대정신을 잘 깨닫고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을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택한다고 보는 게 맞다. 이 같은 기준에서 본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만 신경을 기울일 뿐 이 시대 어떤 대통령이 필요한가에는 등한한 작금의 흐름은 문제가 있다. 여기에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이제부터라도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공약 등을 통해 자신이 구현하고 싶은 시대정신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어떤 후보자가 내세우는 시대정신이 이 시점 대한민국에 가장 적합한지, 실현 가능성은 있는지 등을 면밀하게 따져 국민은 표를 던져야 한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깨닫고 구현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느냐 여부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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