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특별해…투자 아깝지 않아" 프리미엄 키즈 만들기

입력 2012-06-15 07:58:15

명품화되고 있는 키즈산업 현주소

#1. 서울 강남구에 사는 홍해민(10) 양은 지난해까지 5월 5일이 무슨 날인지 몰랐다. 올해는 어린이날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일상에서 큰 변화는 없었다. 평상시 홍 양의 부모님은 외동딸이 원하는 것이라면 거의 다 들어줬기에, 홍 양으로선 각종 선물과 놀이동산 입장권 등이 기다리고 있는 어린이날은 특별한 혜택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린이날은 일 년에 한 번 오는 특별한 날이 아니라 홍 양에게는 일상이 돼 버린 셈이다.

#2. 수년 전 케이블TV 평균 시청률 순위에서 아이들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채널인 투니버스가 1위를 차지했다. 리모컨을 움켜쥔 아이들은 몰입도도 높기 때문에 평균 시청 시간(1시간 3분)도 압도적인 1위였다. 시청률은 아이들의 방학 기간이면 더 높아졌다. 2005년의 경우 1, 2월 오후 4~6시대 평균 시청률은 4.12%로 2%에 머문 공중파 3사를 모두 제치는 경이적인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연간 수백억원을 쏟아부으며 공중파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1% 이하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는 종편사들이 부러워할 만하다.

저출산 시대에 가치를 더해가는 귀한 자녀에게 쏟아붓는 관심과 투자가 키즈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키즈산업은 맞벌이 부부와 자녀 1명으로 구성된 '외둥이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가정마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커지면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약 1.22명(2010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으며 정도도 심각하다. 어린이 수는 줄어드는 데 반해 관련 소비 시장은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업계에 따르면 0~14세 영유아, 초등학생을 상대로 한 이른바 '키즈산업'은 5년 전부터 매년 20% 이상씩 성장, 지난해 시장 규모가 27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키즈산업은 점점 고급화되고 있다. 의류, 가구, 스킨케어 등 다방면에서 프리미엄 키즈 만들기 열풍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화의 선봉에는 연예인들이 앞장선다. 미국의 슈퍼스타 비욘세와 제이지는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딸 블루 아이비 카터를 위해 190여㎡(60평)가 넘는 아이 방을 만들고 2천만원짜리 아기 침대와 수억원에 달하는 장난감을 구입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최근 장동건'고소영 부부 사이에 태어난 아이의 유모차가 구설에 올랐는데, 수백만원을 호가한 유모차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면서도 정작 그 유모차는 완판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낳았다.

키즈산업 프리미엄화의 또 다른 배경에는 1명의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열어 줄 사람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숨어 있다. 외동 아이 주변에는 그를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어 줄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이 포진해 있다. 이 밖에 결혼하지 않은 30, 40대 '골드 미스' 이모, 고모까지 더하면 1명의 아이를 위해 소비해 줄 대상은 8명으로 불어난다. 1가정에 1자녀만 둘 수 있는 국가 방침 때문에 부모의 사랑을 집중적으로 받는 중국의 '소황제족'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선 '8명의 지갑'을 활짝 열어줄 소황제 고객을 일컬어 'VIB'(Very Important Baby)라고 칭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을 잡기 위해 명품 회사들이 재빠르게 나서고 있다. 명품 업체들이 키즈라인을 잇따라 론칭하면서 시장 프리미엄화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구찌 등 세계적인 명품 업체들은 국내 유명 백화점에 단독 매장을 입점했고, 성인 옷과 똑같은 디자인을 만들어 부모와 아이의 커플룩 패션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영유아 전문 브랜드보다 성인 브랜드의 키즈라인 성장세가 더 뚜렷한 현실이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의 대응도 발 빠르다. 최근의 마케팅 전략은 아이들의 울음을 줄이는 것. 어린이 동반 고객 서비스 덕분에 백화점에서 우는 아이들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근래 백화점 관계자의 설명이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나오는 젊은 엄마 고객과 동반 아동을 위한 맞춤 서비스로는 유모차 대여, 수유실 제공, 키즈 카페 및 키즈존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이들 시설의 고급화, 전문화 추세는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전략으로 꼽히고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백화점을 방문한 이들은 평일 오후와 같이 매출이 저조한 시간대의 핵심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불경기를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서 더욱 집중해야 할 핵심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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