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건축, 명품 도시란 그 속에서 영위되는 인간 삶의 가치와 특성을 존중하고 지역 고유의 개성을 시스템화하고 네트워크화하는 방식으로 공간과 환경이 구축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건축과 도시들이 갖는 공통적인 디자인과 특성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이는 건축과 도시를 조각적인 시각에서의 덩어리, 매스(sculptural-mass)가 아니라, 인간 삶의 행태, 생명의 인과적 외형(follows function)으로서의 볼륨(volume)으로 보는 것이며, '뭘 닮았나?'가 아니라 '뭘 담았나?', 즉 그 속에서 가동되는 프로그램과 콘텐츠가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흔히 알고 있는 디자인, 디자인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더 높은 수준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디자인을 사용했다는 점이다.(칼럼 '명품 건축, 명품 도시의 조건' 중에서)
보여지는 외형의 대부분은, 자연과 생명처럼 의심의 여지 없이, 언제나 내재된 가치와 목적에 의해 지배되고 통제된다. 보여지는 외형이란 졸업식의 식순 같은 절차일 수도 있고, 들어서면서 선입관을 갖게 하는 건축의 공간적 느낌일 수도 있다.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그 건축이 다시 우리를 만든다'(We shape buildings thereafter they shape us)는 W. 처칠의 말처럼 건축은 감히 '교육'도 바꿀 수 있다. 좋은 건축은 절대 홀로 조형화되지 않아 그 속에서 영위되는 우리 삶의 배경으로 존재된다. 그리고 인성과 습관은 물론 삶의 근본이 갖춰지는 생애 최초의 사회적 공간이 학교 건축이라면, 오랫동안 반복되었던 획일적 기준과 편향된 시스템에서 벗어나 다양한 욕구와 쓰임을 전제로, 건축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칼럼 '보이지 않는 졸업식' 중에서)
건축은 기억을 담보한 시간이 누적된 장소 속에서 새로운 '영역'을 설정하며, 그 주변 또 다른 영역과의 '관계'를 그 시대의 이념을 담아 조율하는 것이며, 새로운 가치를 재생산하는 작업이다. 공공장소, 공공공간으로 불리게 되는 미술관, 도서관 같은 공공건축은 특별히 시민들의 문화적 경험을 보태고 문화적 소양을 갖추게 한다는 점에서 입지 선정 시 접근성과 이용의 편의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건축물의 입지는 이용의 편의성과 활용률의 차원에서 때때로 건축의 규모나 형태보다도 훨씬 중요하다. 물론 부지 확보의 어려움과 경제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규모라도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 때 공공건축 본연의 목적이 달성된다. 은연중에 끼어든 문화가 시민의 일상을 혁신하고 또 그 일상 속에서 담론되길 바란다.(칼럼 '대구미술관 다녀오셨나요?' 중에서)
건축과 도시를 위한 가장 독창적인 디자인의 실마리는 항상 개성과 지역성에 기반을 둔 고유성 속에서 찾을 수 있다. 건축은 건설 과정의 끝으로 매듭되는 형상, 즉 물리적으로 구축된 건물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어진 '그 건축을 통해 이루려 하는 그 무엇'이 결국 그 건축을 다른 건축과 다르게 하고 다른 도시와 다르게 한다. 그러므로 건축 과정 속에서 논의되는 디자인 콘셉트(Design Concept)의 정의도 '무엇을 닮았나?' 하는 외형 중심의 기대에서 '새로운 건축으로 무엇을 이루려 하는가?' 하는 본질적 물음에 답할 수 있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한다.(칼럼 '건축학개론' 중에서)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노자 책 머리에 나오는 '도가도비상도'(디자인이 디자인이면 그 디자인은 디자인이 아니다)란 다소 희화화된 발제로 '디자인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물음을 우리에게 던졌다.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 않는다'(Good design is unobtrusive)는 디터 람스(Deter Rams)의 일갈은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Jonathan Ive)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건축과 도시에서의 디자인은 다른 분야와 달리 그 미치는 영향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고 그 지속 기간 또한 대단히 길어 특별히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단순히 형태와 색채로 규정되는 미적 수준의 외형에 국한되지 않고, 오히려 드러나지 않는 인문적 스토리와 좋은 삶에 대한 기대로 거듭나게 될 때, 지역의 랜드마크로, 문화적 자부심으로 시민들에게 새롭게 각인될 것이다.
김홍근/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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