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소년병

입력 2012-06-07 10:51:49

해마다 6월이 오면 생각나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온 나라가 포연에 휩싸였던 6'25전쟁 당시 스스로 전선으로 나갔던 소년병(少年兵)들이다. 6'25 참전 노병들은 학도병 중에서도 병역의무가 없었던 14~17세의 지원병을 '소년병'으로 불렀다.

지난 2000년 6월 한국전쟁 50주년 특집기획물을 제작하면서 그들을 만났다. 이제는 대다수 고인이 되었을 것이고, 지금 생존해 있다 해도 아흔을 넘나드는 연치이다. 한창 부모에게 투정이나 부릴 나이에 생사가 엇갈리는 전쟁터로 나갔던 것이다.

한사코 말리는 어머니의 애틋한 손길을 뿌리치며 전선으로 달려갔던 소년병들. 전투 훈련은커녕 무장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노도같이 밀려오는 인민군과 맞서 싸우다 못다 핀 꽃송이로 스러져간 홍안(紅顔)의 넋들.

달빛 처연한 전선에서 때로는 고향 땅 어머니 생각에 눈물짓고, 처음 사살한 적군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밤새 잠 못 이루던 그들은 꿈 많던 사춘기 학생이었다. 그러나 소년병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애환은 세월에 묻혀 사위어가고 있다.

당시 6'25 참전 소년지원병전우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한 노병은 14세의 나이로 지원 입대를 했다고 말했다. 육군본부 직할 수색대원으로 북진에 합류했던 또 다른 한 소년병은 남쪽으로 후퇴하던 중 총탄에 맞고 신음하는 동료를 두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울먹였다.

6월이 돌아올 때마다 가슴 속에 덧나는 회한 때문에 그는 집안에 작은 법당을 만들고 그 소년병의 위패를 세우고는 수십 년간 불공을 올렸다고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흘린 피 거름 되어 초목만 무성하고/ 님 잃은 아픈 마음 의지할 곳 어디메뇨/ 일점 혈육 어디 갔뇨 세월만 한탄할까/ 목숨 바쳐 지킨 나라 뉘 있어 알아주리….'

손가락을 깨물며 나이를 속인 채 지원 입대했던 6사단 공병대 소속의 한 소년병은 동료가 지었다는 이 시 구절을 곱씹곤 했다. 그의 생전 소망은 오로지 하나. 역사와 국민이 '소년병'을 기억해 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학도의용군이나 소년병 나이의 자식을 둔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고 해가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6월이면 모진 가슴앓이를 하며 살아왔을 부모들의 심정을…. 그리고 임진년 현충일을 보내며 학교 폭력과 자살로 얼룩진 요즘 청소년들의 삶을 떠올려 본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