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연채 켜면 과태료 폭탄, 문 닫아놓으면 손님들 '뚝'
이달 1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동성로 통신골목. 수십여 개의 휴대폰 매장이 입구 쪽 벽면을 개방해 놓고 있었다. 이날 대구 최고 기온은 27℃로 덥지 않았지만 휴대폰 매장 입구에는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에어커튼(건물의 안팎 공기를 차단하는 장치)을 설치하지 않아 에어컨 바람이 그대로 바깥으로 나오는 곳도 많았다. 대부분의 매장 온도는 실내 적정온도인 26도보다 낮은 22도였다.
대구 중구청 공무원들이 한 휴대폰 매장 매니저 이모(31) 씨에게 "다음 달부터는 문을 열고 에어컨을 틀면 과태료가 부가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휴대폰 매장은 대부분 옆으로 문을 여는 주름식 문이기 때문에 문을 닫고 장사를 하면 손님이 드나들 수 없다"면서 "에너지 절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문을 다시 설치하기에는 돈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문을 닫으면 예전만큼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올여름 전력공급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다음 달부터 에어컨을 켠 채 출입문을 열고 영업을 하는 상점에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기자가 이날 중구청 경제과 공무원 3명과 동성로 수십 개의 상점을 돌아다니며 계도 활동을 벌였지만 정부의 대책을 비웃듯 화장품'옷'신발'카페 등 상점 대부분이 문을 활짝 연 채 에어컨을 틀고 있었다.
실제 한 신발 매장에는 입구 쪽과 오른쪽 벽면을 모두 열어 놓은 채 상품 진열대를 차려놓고 있었다. 56㎡(17평) 정도의 상점 안에는 백열등 40여 개가 켜져 있었고, 에어컨 두 대가 가동되고 있었다. 매장 안 온도는 20도로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상인들은 문을 열고 에어컨을 틀면 50만~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는 정부의 대책이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화장품 가게 종업원 김미향(32'여) 씨는 "문을 닫고 영업을 하면 구매를 꼭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겨 손님들이 들어오길 꺼린다"며 "문을 닫고 영업을 하면 매출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상과 지하 매장 간 단속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불평도 많다. 중앙시스템에 따라 에어컨을 가동하는 지하상가는 문을 열어놔도 단속 대상이 아니기 때문.
옷 가게 매니저인 이우근(37) 씨는 "지하상가도 문을 열고 영업하는데 길거리 상점만 단속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행정기관도 다음 달부터 단속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 중구청 권영학 경제과장은 "11일부터 이달 말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다음 달부터 단속을 벌인다"면서 "가게 주인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모든 가게가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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