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돈 싹쓸이 대기업 "소상공인 지원기금은 못내"

입력 2012-06-04 10:20:34

현대·롯데·이랜드·이마트·홈플러스 모두 거부

'장밋빛으로 끝난 소상공인 지원기금.'

대구시가 유통 대기업 기부를 통해 추진했던 영세 소상공인 지원 기금 마련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31일까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6개 업체를 대상으로 1억~2억원씩 기금을 받아 대구신용보증재단에 10억원을 예치할 계획이었지만 참여 업체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3월 열린 제3회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에서 대기업 유통업체의 기부를 받아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해당업체는 현대와 롯데, 이랜드 등 백화점 3개 업체와 이마트, 홈프러스,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3곳이다.

지난달까지 10억원의 기부금을 대구신보에 예치한 뒤 이를 담보로 100억원을 저리로 대출받아 1천300여 명의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기부금 대상 유통기업 중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유통업체들이 눈치보기에 들어간 데다 시의 기부금 협조에 편법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경기 침체로 업체마다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돈을 벌었으니 얼마를 내놓으라는 것은 명분도 약하다"며 "만약 기부금을 내면 타 지자체들도 비슷한 방식의 기부금을 강요할 것이 뻔해 기부금 모금에 동참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시의 기부금 모금의 강제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따르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기부금 조성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시가 기부금을 유통업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모금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강제성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시는 이달 중 유통발전상생협의회를 다시 열어 대형유통업체와 소상공인 상생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의 비협조로 기부금 조성이 불발되면 강력한 지도 행정을 펴 나갈 계획"이라며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역에서 해마다 엄청난 수익을 가져가는 만큼 지역 상생 기금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대구 지역에 진출한 대형 소매점의 연간 매출은 3조원에 이르지만 영업이익의 사회환원 비율은 이마트 0.13%, 현대와 롯데백화점 0.14%, 홈프러스 0.2%, 코스트코 0.29%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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