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후진국형 전염병

입력 2012-05-30 11:03:25

수두 결핵 백일해 등 최근 지역 환자 수 크게 늘어

대구에서도 최근 5년 사이 '후진국형' 전염병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 전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백일해가 집단 발병하면서 전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대구 지역에서도 수두와 결핵 등 전염성 질환에 걸리는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5일 전남 영암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 266명이 백일해 증상을 보였고 이 중 36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퇴치된 것으로 알려졌던 이 병은 '100일 동안 심한 기침을 계속한다'는 뜻을 담은 제2군 법정전염병이다. 이에 앞서 18일에는 경기도의 또다른 고등학교에서 학생 471명 중 128명이 잠복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후진국형' 전염병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5년간 대구에서도 수두와 결핵 환자는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5년 대구의 수두 발병 건수는 단 2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3천176건으로 증가했다. 결핵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대구에 등록된 신규 결핵 환자는 2005년 1천577명에서 2010년에는 2천703명으로 71.2% 늘었다.

의료전문가들은 후진국형 전염병의 확산에 대해 시민들이 '못살던 시절에 걸리던 전염병'이라는 인식을 하면서 예방접종을 철저하게 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한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류성열 교수(감염내과)는 "영유아때 백일해 예방접종 주사를 맞는다고 성인이 돼서 2차 접종을 하지 않으면 항체를 유지하기 힘들다. 일부 국가에서는 10년마다 추가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주변 환경이 청결해진다고 해서 질병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남 영암의 사태가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수두와 백일해 같은 질병을 '가벼운 감기' 정도로 여기며 심각성을 간과하는 것도 질병 확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김천수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수두는 누구나 한 번씩 앓고 지나가는 병으로 생각하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어른이 됐는데도 항체가 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면서 "임산부가 수두나 백일해 항체가 없으면 나중에 아기에게 감염될 위험이 높고 2차 폐렴으로 악화돼 생명을 잃을 수도 있으므로 예방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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