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사는 곳은 한때 도시외곽의 신개발지로 각광받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도시가 성장하고 시간이 경과하여 이제는 도심 인근의 노후한 주거지가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재개발 논의가 수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진척이 없어 주민의 한숨 소리가 날로 깊어가고 있다.
비단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구시 전역에서 주택재개발'재건축사업 등의 정비사업이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사업성 저하 및 주민 갈등으로 이어져 지연'중단되는 사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대구시 재개발'재건축의 정책방향을 보여주는 '201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는 총 273개소의 정비예정구역이 지정되어 있다. 이 중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구역은 3%인 9개소에 불과하다.
신암지구, 평리지구 등 2개소의 뉴타운지구가 지정되었지만 추진위원회 구성도 어려운 실정이다. 사업이 지연됨에 따라 재산권 제한의 장기화와 주민 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나, 부동산 경기 침체와 대규모 주택미분양 사태 그리고 시공사의 소극적인 참여로 사업여건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정비사업의 도시재생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여 오는 8월부터 시행한다. 주요내용은 전면 철거형 정비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방식을 도입하고, 사업이 지연될 경우 사업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서울시에서는 법 개정에 발빠르게 대응하여 지난 1월 30일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新정책구상'을 발표하고, 전면철거 방식의 뉴타운 정비사업 관행을 바꾸겠다는 큰 틀에서의 원칙을 밝혔다. 기존 사업지구의 주민의견을 수렴하여 사업의 계속 추진 또는 구역해제를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해제구역에 대해서는 마을만들기 등 대안적 주거재생사업으로 전환하고 계속추진 구역은 행정적 지원과 제도개선을 통해 원활한 사업추진을 도모한다.
정비사업은 이해관계가 복잡해 추진하던 사업을 없었던 일로 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 아니라 쾌도난마식 해법을 찾기에도 한계가 있다. 서울의 경우와 같이 사업이 잘되지 않는 곳을 골라 구역을 해제하는 일이 책상에 앉아 그림 그리듯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면철거에 의한 아파트 건설사업 위주의 현행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며, 도시기능 회복과 주거환경개선을 위한 대안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당장 눈앞의 결과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검토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비사업의 실천 가능성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특히 주민의 사업추진 의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사업초기단계인 경우는 설문조사 결과만으로도 해법을 모색할 수 있으며, 사업 추진 후 수년이 경과한 구역은 설문조사 결과와 더불어 지역의 낙후도, 사업진행상태 그리고 사업성 등을 고려하여 맞춤형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지역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대안적 정비방식을 발굴해야 한다. 주거환경관리사업은 서울시에서 실시한 휴먼타운을 모태로 하고 있어 서울과 지역 정체성이 다른 대구 도심의 단독주택지에 적용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단독주택지를 지역별'유형별로 세분하고 다양한 유형의 시범사업을 발굴하여 대구만의 정책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공의 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현행법에서는 재산세의 일정부분을 재원으로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과 재정비촉진특별회계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에서는 뉴타운정비사업에 제대로 된 공공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뉴타운정비사업을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측면에서 접근하여 예산 배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노후'쇠퇴한 기성시가지의 도시기능회복이다. 그러나 기성시가지의 다양한 가치와 흔적을 무시한 채 사업성만 강조한 재생사업이 추진되어 사회적 갈등이 유발되고 공동체 질서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왜곡된 부동산 논리를 극복하고, 토지와 주택이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유도하여 사회의 기초인 생존과 생산이 가능한 도시재생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순천/대구시의회 건설환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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