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뿐인줄 알았다면 영덕 눈감고 다녀간 것

입력 2012-05-30 07:11:35

경북 영덕 친환경 생태여행

경북 영덕하면 가장 먼저 대게가 연상된다. 울진'포항 구룡포와 더불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게의 고장으로 오랫동안 유명세를 떨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게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온 맛의 고장 영덕이 최근에는 환경친화적 생태 여행지로 각광 받고 있다.

동해안을 따라 조성된 영덕 블루로드는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도보여행을 즐길 수 있는 올레길로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하얀 풍력발전기들이 바람개비처럼 돌아가는 풍력발전단지는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을 체험할 수 있는 학습 장소로 손색이 없다. 계절은 어느덧 여름의 문턱에 와 있다. 시원한 바람과 탁트인 바다가 때이른 더위를 식혀주는 영덕으로 나들이를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바람의 정원, 영덕풍력발전단지

대게식당들이 즐비한 강구항을 지나 코발트 빛 바다를 끼고 영덕대게로를 달리다 보면 멀리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눈에 들어온다. 창포말등대가 오지 않는 님을 기다리듯 하염없이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해맞이공원을 지나면 바로 풍력발전단지로 올라가는 산길이 나온다. 풍력발전단지 주차장으로 가는 길은 이국적이다. 사람을 압도하는 거대한 크기의 풍력발전기 밑으로 차를 몰고 가면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윙윙 소리를 내며 머리 위에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보고 있으면 마치 현대식 풍차를 마주 대하는 느낌이다.

풍력발전단지가 있는 창포리는 해안을 끼고 있어 사계절 바람이 많은 곳이다. 게다가 1997년 산불로 산림이 소실되면서 풍력발전단지 건설에 따른 산림훼손 우려마저 없어 풍력발전단지로 낙점됐다. 16만6천117㎡에 24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는 영덕풍력발전단지는 2005년 완공됐다. 완공 당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지만 이듬해 대관령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되면서 최고의 자리를 내줬다. 영덕풍력발전단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연간 9만6천680MWh로 영덕군민이 1년 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풍력발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고 에너지를 생산하는 청정 발전시스템이다. 과거에는 섬이나 오지 등 전기 공급이 어려운 지역의 에너지원으로 주로 건설되었지만 최근에는 관광홍보용으로 활용가치가 높아지면서 지자체들이 앞다퉈 건설하고 있는 추세다.

영덕풍력발전단지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높이 80m, 날개 길이 41m에 이르는 풍력발전기들이 늘어서 있는 이채로운 풍경 때문에 관광지로 인기가 많다. 형형색색의 바람개비와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풍력발전기가 바람의 구령에 맞춰 함께 돌아가는 모습은 동화 속 모습 같다.

영덕풍력발전단지는 거대한 공원이다. 가까이서 풍력발전기를 볼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또 전망대와 어린이공원, 오토캠핑장, 비행기전시장 등이 마련돼 있어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제격이다. 특히 친환경 발전 시스템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저탄소 녹색성장의 현장 학습장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영덕풍력발전단지 내 영덕신재생에너지전시관에서는 태양열'수력'풍력'지열'수소 등 다양한 신재생에너지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태양열 족욕'퀴즈 풀이 등의 체험도 할 수 있다. 영덕신재생에너지전시관은 오전 9시~오후 8시까지 문을 열며 매주 월요일 휴관한다. 입장료는 일반인 1천500원, 청소년'어린이 800원이다.

◆영덕 블루로드

영덕풍력발전단지는 영덕 블루로드 A구간에 있다. 영덕 블루로드는 도보여행을 위해 조성된 50여㎞의 해안길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스토리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7선'에 선정된데 이어 2010년에는 행정안전부 선정 '찾아가고 싶은 명품 녹색길 33선'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강구항에서 고래불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영덕 블루로드는 A'B'C 세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푸른 동해와 함께 풍력발전단지, 대게원조마을, 괴시전통마을 등 구간마다 특색 있는 볼거리가 즐비해 걷기 여행의 지루함을 달래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A코스(17.5㎞'6시간 소요)는 대게로 유명한 강구항에서 고불봉~풍력발전단지~빛의 거리~해맞이공원으로 이어진다. B코스(15㎞'5시간 소요)는 해맞이공원을 출발해 어촌체험마을로 지정된 석리와 경정리(대게원조마을)를 거쳐 죽도산(축산항)으로 통한다. C코스(17.5㎞'6시간 소요)는 죽도산(축산항)~봉수대~목은 이색 산책로~괴시전통마을~대진해수욕장~청소년야영장~고래불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구간은 B코스다. 바닷가를 따라 도보길이 조성되어 있어 옆구리에 옥빛 바다를 끼고 걷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변 볼거리

영덕에는 볼거리가 즐비하다. 풍력발전단지 가는 길에는 경보화석박물관과 삼사해상공원, 해맞이공원이 있다. 경보화석박물관에는 세계 30여 개 국에서 수집한 2천500여 점의 화석이 전시되어 있다. 12월 31일이 되면 경상북도 재야의 종 타종식이 열리는 삼사해상공원에는 동해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비롯해 경북대종'폭포'분수대'공연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영덕풍력발전단지 입구에 있는 해맞이공원은 블루로드 B코스의 시작점으로 야생초 산책로와 전망대, 쉼터 등으로 꾸며져 있다.

블루로드 C코스에 있는 괴시전통마을은 목은 이색의 출생지다. 1260년 함창 김씨가 처음 터를 잡은 뒤 수안 김씨, 영해 신씨, 신안 주씨 등이 거주하다 1630년 영양 남씨가 정착하면서 영양 남씨 집성촌이 됐다. 200여 년 된 고택들이 즐비한 괴시전통마을에는 영양 남씨 괴시파 종택을 비롯해 목은기념관 등이 있어 역사 교육장으로 인기가 많다.

대구에서 영덕풍력발전단지 가는 길: 대구포항고속도로 포항 IC~영덕 방면~강구교~강구항~해맞이공원을 지나면 영덕풍력발전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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