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공채 활짝 열린 구미, 대학생들 "간판보다 취업"

입력 2012-05-29 10:43:37

대학 포기, 현장직 취업 늘어

대구지역 명문대 국문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A(21) 씨는 올초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D기업체 고졸 공채 현장직에 응시, 합격해 요즘 직장생활에 여념이 없다. A씨는 집안 형편이 좀 어려워진 탓도 있지만 취업에 큰 도움이 안 되는 대학 졸업장을 따기보다는 빨리 취직하는게 낫겠다 싶어 4년제 대학을 과감히 포기하고 취업을 한 것이다.

지역 4년제 대학 외국어학부 3학년이던 B씨도 최근 구미산단 내 LG계열사 기술현장직 고졸 공채에 응시, 합격했다. B씨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엔 문턱이 너무 높은 것 같아 우선 취업부터 한 후 대학 졸업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고졸 현장직에 응시했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을 비롯한 기업체들이 고졸 공채의 문을 활짝 연데다 대졸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4년제 대학 졸업장을 포기하고 취업부터 하는 대학생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은 "학력이 취업을 보장하는 시대는 끝났고, 대학 졸업장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열린 사회가 된 만큼 하루빨리 취업해 직무능력을 쌓은 후 나중에 진학을 통해 능력을 계발하면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구미캠퍼스의 경우 기능사 양성과정인 건축시공'전기시스템제어'전자통신'컴퓨터응용기계 등 4개 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120명 중 30~40%는 4년제 대학을 중도 포기했거나 졸업한 후 취업을 위해 입학한 경우라고 대학 측은 설명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인문계열 전공자이고, 심지어 석사 학위 소지자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폴리텍대학 구미캠퍼스 송요선 학장은 "4년제를 졸업해도 취업이 잘 되지 않으면서 취업을 위해 입학하는 학'석사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이들 학생들 중 70~80%는 유망 기업체에 취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계열사 인사업무 한 담당자는 "학력이 취업을 보장하는 시대도 끝났는데다 기술 현장직이 업무직에 비해 정년도 대다수 보장되는 등 대우가 날로 좋아지면서 4년제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현장직에 우선 취업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며 "사내에 대학캠퍼스가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학원까지 충분히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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