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책] 살아있는 동안 사랑해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

입력 2012-05-26 08:00:00

산다는 것은 굴곡의 연속이다. 때로는 오르막도 있지만 끝없는 내리막만 이어질 때도 있고, 모진 비바람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곁을 지켜주는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 다시금 웃고 희망을 가지며 생을 살아갈 의욕을 다시 한 번 다진다. 에밀 아자르가 쓴 '자기 앞의 생'은 이런 질척대는 힘겨운 삶의 늪을 건너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산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이야기해 주는 소설이다.

10살 '모모'는 비대한 몸집을 가진 로자 아줌마에 의해 길러졌다. 로자 아줌마는 창녀들이 낳은 사생아를 돌봐주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난 모모는 누구보다 예민한 감수성을 가졌다. 어릴때부터 생(生)이라는 것은 한없이 질척거리고 퍽퍽하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조숙한 꼬맹이다.

부모에게서 버려진 모모와 창녀로 평생을 살다 이젠 가진게 제 목숨 하나 밖에 없는 로자 아줌마에게는 의지할 곳이라곤 서로 밖에 없다. 서로가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어릴땐 누구보다 로자 아줌마를 싫어했던 모모이지만 아줌마의 생명이 서서히 꺼져가는 힘든 세월을 보내는 동안 모모는 자신이 끔찍히도 사랑하는 이가 바로 그녀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모모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모모는 문득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었던 하밀 할아버지가 해줬던 말을 떠올린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없이는 살수 없다"는 그 말을. 그리고 모모는 깨닫는다. 손에 쥔 달걀 하나,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을.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 로자 아줌마를 죽인 것은 생이지만 그녀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도 그 신비롭고 경이로운 생이라는 사실 또한 깨우친다.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불우한 환경 속에서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모모, 더군다나 쓸데없이 예민하기까지한 그에게는 생에 대한 희망도 장미빛 부푼 꿈도 없어 보였다. 모모에게 산다는 것은 다만 '살아가야 하는 것'일 뿐이었다.

애늙은이처럼 세상을 바라봤지만 그 속에서 '사랑'의 의미를 알아가는 모모의 이야기를 에밀 아자르는 무엇보다 희극적인 분위기로 그려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사랑해야 한다'라는 문장으로 소설의 끝을 맺는다.

에밀 아자르는 프랑스의 유명 작가 로맹 가리와 동일한 인물이다. 로맹 가리는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을 통해 4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그 중 1975년 발표한 '자기 앞의 생'은 그 해 콩쿠르상을 받기도 했다. 두 작가가 같은 인물이라는 사실은 1980년 로맹 가리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에야 그가 남긴 유서를 통해 밝혀졌다. 그리하여 에밀 아자르는 일생 두 번의 콩쿠르상을 수상한 작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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