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마임축제 '머머리섬'
마을축제는 주민의 꿈을 이야기해야 한다. 축제를 통해 꿈을 생산하고 공동의 확인 과정을 거치면서 마을의 꿈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삼덕동 마을축제는 이러한 맥락을 찾아 마을만들기 운동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그 첫 번째 모색은 1998년 12월 23일 제1호 담장허물기 집 마당에서 펼쳐진 인형극에서 확인됐다.
벽면에 걸개그림을 걸어놓고 조명을 비춰가며 공연된 대학생 동아리의 인형극은 별 것 아닌 공간에서 아름다운 공연이 벌어질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줬다. 이는 '초록별 아이들'이라는 이름의 인형극 창단으로 이어졌다. 1999년 창단된 '초록별 아이들'은 마을 아이들이 중심이 된 극단으로, 매년 개최되는 머머리섬 축제의 개막식과 폐막식의 공연을 도맡아 하고 있다.
축제는 2000년 빗살미술관 마당으로 옮겨와 '가을밤 초록마을 음악회'로 변모한다.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봄'가을 일 년에 두 차례 마을잔치로 확대됐다. 이후 마을축제는 인형마임축제와 결합돼 '인형마임축제 머머리섬 2006'으로 탄생됐다.
'머머리섬'은 경기 김포시에 있는 섬 유도(留島)의 옛 이름. 세상의 큰 흐름에 밀려나도 가까스로 자기 삶의 자리를 지키는 섬이라는 뜻이다.
삼덕동 마을축제는 문화 콘텐츠 프로그램이자 공간 프로그램이다. 설치와 공연이라는 방식으로 마을이라는 공간 안에 기억과 환상을 심고자 했기 때문이다. 빗살미술관과 마고재, 마을만들기센터, 삼덕초교 벽화 연못에 한정하지 않고, 마을 이면도로와 이웃집 마당 모두가 무대이자 객석이다.
삼덕동 인형마임축제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주민이다. 홍보물은 마을을 중심으로 부착되고 모든 주민에게는 초대권이나 할인권을 나눠준다. 외부인에게는 열려 있지만 입장료를 받는다. 외부 상인도 철저하게 금한다.
축제는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해서 스스로 즐긴다. 벌써 7회째다. 올해는 '헌집, 새집, 두꺼비집'이란 주제로 이달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열렸다. 축제 조직위원회와 추진위원회 두 개의 조직이 구성돼 활동한다. 추진위원회의 역할은 공연 내용이나 방향을 설정해 극단을 섭외하는 일이다. 추진위원장은 마임가 조성진 씨가 맡고 있다.
조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삼덕동 인형마임축제는 주민이 즐기는 축제다. 따라서 작품이나 극단의 선택 역시 철저히 주민의 관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삼덕동 인형마임축제는 예술을 통한 현대적인 동제(洞祭)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고 말했다.
■김경민 대구YMCA사무총장
#"쉼터 온 가출청소년들과 주민 소통위해 담장 허물기 착안"
삼덕동으로 이사와 아이 둘을 낳은 대구YMCA 김경민(사진)사무총장은 삼덕동 마을 만들기의 주인공이다. 삼덕동의 담장 허물기 1호집이 바로 그가 살던 집이다.
당시 1997년은 IMF가 시작되면서 가정해체가 급속화된 시기로 가출 청소년 문제가 다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김 사무총장은 당시 대구시 가출청소년쉼터 소장으로 있었다.
김 사무총장은 삼덕동3가의 단독 주택지라는 주거 형태와 오랜 정주성을 띠는 주민들에게 큰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당시 가출청소년쉼터가 삼덕동에 둥지를 틀었을 때 마을 주민은 마뜩잖아 했다.
"함께 살아야 한다는 원칙이 틀리지 않는 한 가출 청소년 배제는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배제되지 않으려면 마을 주민들을 사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민과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대안이 담장 허물기를 통한 골목 가꾸기 운동이었다. 1998년 11월 중순 어느 비 오는 날 담장을 허물었다.
김 사무총장은 "삼덕동에서 태어난 두 아들과 삼덕동에 살고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삼덕동을 고향으로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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