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 지역소비] (1) 토종브랜드 사랑

입력 2012-05-16 10:08:23

대구의 숨은 새싹, 112개 브랜드를 꽃피우자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토종 브랜드들이 많다. 이들을 키워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토종 브랜드들이 많다. 이들을 키워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주방용품 '라쏠', 한방화장품 '금단수', 침대 '로하스'….

생소한 브랜드(상표)이지만 대구에 본사를 두고 각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들이다.

지역의 대표 상표로 금복주의 '참소주' 정도를 떠올리지만 우리 지역에는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진출하고 있는 'Potential Brand'(잠재력을 가진 브랜드)들이 널려 있다.

◆곳곳에서 선전 중인 토종 브랜드들

매일신문이 대구상공회의소 명감(2012년도)에 수록된 4천481개의 제조업체를 전수조사한 결과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은 112개로 나타났다.(표참조)

전체 제조업체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토종 브랜드들은 국내외에서 선전 중이다.

업종별로는 패션 분야 브랜드가 두드러진다. 여성복을 만드는 혜공은 1998년 브랜드 '도호'의 첫 매장을 대구 동아백화점에 연 이후 성장을 거듭해 현재는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비롯해 전국 32개 백화점과 16개의 아울렛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소리소가 만든 한방화장품 '금단수'는 지난해부터 중국의 대형 스파 업체인 오스타시아 엔터프라이즈에 연간 70만달러씩 5년간 독점 공급되고 있다. 한약재 생산 및 유통기업인 옴니허브도 2010년 일본의 유통전문업체인 크리에이션 재팬과 100만달러 규모의 한방차 10여 종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주방용품 브랜드 '라쏠'을 키우고 있는 대성쿡웨어는 150여 명의 종업원이 프라이팬과 냄비 등 하루 3만 개의 주방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2008년 스테인리스 주방기기 제조 및 영업 부문에서 한때 국내 시장의 선두였던 셰프라인을 인수하는 등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있다.

이 밖에 웰빙식품 전문 제조회사인 우리네식품은 '경향닷컴 2008년 상반기 유망 브랜드대상' 건강식품 분야에 선정됐다.

대구상공회의소는 "중간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지역에서 자체 브랜드를 꽃피웠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내공을 가졌다는 것이다"며 "제품의 품질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진 업체들이 많다"고 분석했다.

◆토종 브랜드 성장=지역경제 성장

이처럼 토종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도 커진다.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출 경우 외지에서 꾸준히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고 일자리 창출이라는 부수적인 이득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중간생산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불러올 수 있다.

농기계 제작 회사 대동공업은 지난해 5천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구경북에서 500억원 내외, 나머지 4천500억원은 모두 외지에서 벌어들인 수입이다. 특히 150여 개의 부품협력사 중 대구경북지역 내 60여 개의 업체가 대동공업의 성장 효과를 보고 있다.

대동공업 곽상철 공동대표는 "대구 본사에 있는 500여 명의 직원 월급은 다시 지역으로 소비되고 그만큼 자본의 순환에 토종 브랜드가 좋은 역할을 한다"며 "2016년 매출 1조원을 목표를 달성하면 그만큼 직원 채용 규모도 늘어나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경테 제조 회사인 시선 역시 지역 대표 브랜드 중 하나다. 브랜드 '시선'은 전국적으로 20곳의 홍보관을 포함해 800여 개 안경원에서 팔리고 있다. 지난해 120억원의 매출 중 상당 부분이 외지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안경부품협력사 역시 대부분이 대구에 있어 '시선'의 성장이 안경산업의 성장과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계명대 권업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 브랜드가 성장하는 것이 자본의 유입과 일자리 창출 등에 봤을 때 큰 도움이 된다"며 "토종 브랜드 파워가 커지는 것은 '대구'라는 도시의 브랜드가 성장하는 것과 이어진다"고 말했다.

◆외면받는 토종 브랜드들

성장하고 있는 지역 브랜드와 달리 여전히 힘겹게 경쟁 중인 토종 브랜드들도 많다. 지역 내 인지도가 낮아 제대로 된 판매망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에 입점한 몇몇 패션의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지역 업체 대표는 "일반인의 경우 제품의 존재를 모르거나 판로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에서부터 판매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며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키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토종 브랜드 사용은 미미한 실정이다. 대구지역의 가구 업체인 영일교구는 지난해 조달청으로부터 1천53건의 납품요구를 받았다. 이 중 대구경북지역에 납품한 건수는 전체의 48.2%인 508건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이용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 반면 다른 지역 공공기관들의 지역 제품 이용률은 대구경북보다 훨씬 높았다. 부산의 월드퍼니처는 부산과 울산지역에 973건 중 640건을 납품해 65.8%를 기록했으며 광주지역 업체인 애니체는 916건의 납품요구 중 무려 82.3%(754건)가 광주전남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자체 브랜드를 갖기보다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을 선택하는 기업들도 상당하다. 한 업체 대표는 "1만원짜리 제품이 브랜드가 붙으면서 10만원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만들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지역에서 회사 혼자 브랜드를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브랜드 파워를 키우기 위해서는 홍보와 마케팅에 수억원의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지역민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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