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랑,지역소비] (5) 독점에서 동반성장으로

입력 2012-05-09 10:29:12

광주 신세계百 지역법인화…대구는 누가?

토종이 사라진 반월당 거리. 토종의 빈자리를 채우며 끝없는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이 지역 경제 동반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토종이 사라진 반월당 거리. 토종의 빈자리를 채우며 끝없는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이 지역 경제 동반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법인화를 통한 지역 순환 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광주 신세계백화점. 신세계 제공
지역법인화를 통한 지역 순환 경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광주 신세계백화점. 신세계 제공

'따뜻한 자본주의'가 한국 경제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소수 대기업의 독점 구조 심화에 따른 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사회 공존을 위한 '나눔의 미덕'이 강조되고 있는 것.

특히 지방 경제는 이중 굴레에서 '소외'를 받고 있다. 대기업의 지역 상권 장악과 함께 지역 부의 수도권 유출이다.

수도권 대기업의 무분별한 지역 상권 진출은 가난한 지역 자본을 부자 수도권으로 유출시키고, 지역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몰락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대기업의 지역 진출과 지방 경제 몰락이라는 불합리한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거대 대기업의 '공존의 정신'이 필요하다.

◆지역법인 그리고 순환

지역 자본 유출의 가장 큰 통로는 거대 유통업체들이다.

대구의 경우 IMF 이전까지 지역 자본이 장악하고 있던 유통 상권이 불과 10여 년 사이 외지 자본으로 거의 넘어갔다.

실제 1997년 2개(매출액 1천900억원)에 불과했던 외지 유통 대기업의 대형마트는 지난해 말 기준 28개까지 급증했고 이들의 연간 매출액은 3조원에 이른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외지 대형소매점의 경우 인건비와 관리비 등의 비용을 빼고 수익의 대부분이 본사가 있는 서울로 바로 올라간다"며 "이로 인해 지역 자본의 고갈 현상은 갈수록 불거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외지 자본이 '지역 공존'에 나서면 결과는 달라진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법인화를 통해 대기업 본사 시스템에 의한 자본 유출을 지역 순환 구조로 전환하는 것.

광주 신세계백화점의 지역법인화 사례는 순환 경제 효과를 잘 보여 준다. 신세계는 1995년 8월 개점을 앞두고 지역사회의 요구에 따라 지역법인을 설립했다. 1천500여 명의 지역 고용을 창출했고, 광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자금을 관리해 지역 내에 자금이 돌게 했다.

광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백화점 설립 이후 17년째 5대 지역 친화 활동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먼저 장학 사업으로 지난 15년간 모두 2천18명에게 11억9천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지난 2006년부터는 희망배달캠페인을 통해 지금까지 3억여원 규모의 기금을 마련, 소외아동에 대한 정기적 후원 및 치료비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 상품 판로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광주'전남 우수기업 상품전, 시'군 특산물전, 지역특산 브랜드 발굴, 우수중소기업 상품전을 정례화한 것. 낙후된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나주, 담양, 영광, 완도, 함평, 강진 등 호남 주요 지자체 우수 중소기업을 발굴해 직거래 협약을 맺고 있다. 이외 문화 예술 지원 사업으로 11억5천만원을 후원했고, 지난 2010년에는 광주시에 10억원의 체육발전기금을 쾌척했다.

광주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현지 법인화로 신세계 백화점이 지역 기업이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며 "지역 밀착 마케팅을 통한 매출 증대 등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상생 그리고 공존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지역법인화를 비롯한 상생 발전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대구시의회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으로부터 지역 골목 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대구시 소상인 지원 및 유통업 협력 조례'를 개정했다.

종전 규정의 '협력'을 '상생협력'이란 용어로 변경해 공존'공생 개념을 보다 분명히 했고, '지역법인화' 및 '상생발전기금' 운영 등을 상생 협력 방안으로 명시했다.

대구시의회가 조례 개정에 나선 이유는 외지 유통 대기업을 통한 지역 상권 몰락 및 부의 유츌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8개의 외지 대형 소매점에 대한 대구시 조사 결과 평균 잔고 기준으로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코스트코홀세일의 지역은행 예치 금액은 0원으로 역외 자금 유출 구조가 심각했다. 또 이마트는 용역서비스 지역 발주가 0%였고 홈플러스와 롯데아울렛에는 지역업체 입점이 전무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코스트코홀세일과 롯데마트'롯데아울렛 등은 지역 중소기업의 판로 제공을 위한 지역상품기획전을 연중 단 한 차례도 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지역법인화에 난색을 표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 대기업을 대상으로 기부금을 통한 지역 소상공인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 기부금(10억원)을 담보로 신용보증재단이 100억원대 금융 자금을 조성, 전통시장 영세상인 등을 대상으로 대출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백화점은 현대'롯데'동아, 대형마트는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홀세일 등이 주요 대상으로, 시는 역외 대형유통업체뿐 아니라 대구백화점 등 지역 경제계 전반에 걸친 대대적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이달부터 기업별 실무 접촉을 통해 개별 의사를 타진하고, 상반기 중 기부금 확보 및 협약 체결을 마무리한 뒤 하반기 융자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시 안국중 경제통상국장은 "유통 대기업들이 지역에서 거둬 들인 수익 일부를 지역 중소기업과의 상생 발전에 쓰자는 취지"라며 "지역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지역 순환 경제에 기여하는 다양한 방안들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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