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계화시대의 핵심 덕목 '글로벌 소양'

입력 2012-05-03 07:50:20

우리 사회의 안팎에서 현재 진행되는 다양한 변화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단연 세계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경남 창원에서 지난 4월 열린 교육도시 세계연합총회는 40여 개국에서 시장 등을 포함해 300명이 넘는 외국인들이 참석했는데 지방의 세계화를 체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요즈음 우리 젊은이들은 스파게티와 와플을 즐겨 먹고, 잉글랜드에서 뛰는 박지성 선수나 이청용 선수에게 열광하며, 외국인과 스스럼없이 소통한다. 외국의 젊은이들도 우리 음식인 비빔밥에 반하고, K-팝 등 한류에 열광한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프리드만이 지적했듯이, 경제적 차원에서 지구는 이미 평평해졌으며, 자본의 흐름 앞에 국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이는 곧 앞으로 우리 젊은이들이 활동하게 될 게임의 무대 역시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경을 모르는 또 다른 불청객이 있으니 바로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빈곤, 불평등과 같은 글로벌 차원의 위기 요소들이다. 빈곤이나 불평등은 자국 내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으며, 환경 위기는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거대한 흐름인 세계화는 가장 중요한 변화인 동시에 기회와 위기를 함께 만들어내는 야누스적 현상이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복잡하게 진행되는 세계화를 이해하고, 그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소양(global literacy)일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젊은이들은 첫째, 무엇보다도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개방과 교류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모국어만 하고서는 세계화 시대를 살아갈 수 없다. 유럽어의 위상을 강화시킬 것으로 기대되었던 EU의 출범이 역설적이게도 세계적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 영어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데서 보듯이, 유창한 영어 소통 능력을 가진 사람, 그러한 사람들이 많은 국가는 그렇지 않은 나라들에 비해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은 무엇보다 우선하여 영어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출 필요가 있다. 또한 아직 영어가 많이 사용되지 않는 지역(예컨대 남미 등)을 무대로 활동하고자 한다면, 해당 국가들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언어를 습득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자국 문화에 대한 주체성 형성과 더불어, 문화와 인종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다문화적 소양이 요구된다. 다문화사회는 다양한 문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이다. 우리 사회도 결혼이주여성이 비례대표로 집권당의 국회의원으로 선출될 정도로 다문화사회로 급속도로 이행하고 있듯이, 글로벌 지구촌은 이미 하나의 역동적인 다문화사회이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과 자라나는 세대들은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다문화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다문화적 소양이란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이 확립된 가운데, 자신과 '다름'에 대한 이해와 수용의 유연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다문화적 소양을 갖춘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맹목적 우월감이나 비하도, 타 문화에 대한 일방적인 숭배나 경시도 없다.

마지막으로, 미래의 한국인에게는, 열린 마음을 가진 세계시민으로서 다른 사람의 고통과 어려움을 도외시하지 않는 박애적 소양, 즉 나눔과 배려의 미덕이 요구된다. 열린 마음에 기반한 박애적 소양은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핵, 인권, 환경, 이민, 빈곤 문제와 같은 공동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하여 당연히 요구된다. 그것은 성숙된 국민과 국가가 스스로의 관심 영역을 세계의 문제, 인류의 문제로 외연을 확장해 나가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세계화 시대는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야누스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세계화 시대의 기회, 즉 국가 경쟁력은 글로벌 소양을 갖춘 인적 자원에 의해 가능하다면, 세계화 시대의 위기 해결은 남보다 앞서가서 선점하겠다는 경쟁적인 마음이 아니라, 조금 늦더라도 함께 가겠다는 마음, 내가 가진 것을 선뜻 나누는 태도에서 가능하리라. 우리 젊은이들을 글로벌 소양을 가진 젊은이로 기르는 교육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점 때문이다.

김성열/경남대 교수·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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