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80대 노인이 운전하던 차량이 농산물판매장으로 돌진해 10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체 운전자의 25%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인 미국에서 사망 교통사고의 11%가 고령자와 연관돼 있다는 통계에서 보듯 고령 운전자 사고가 사회 이슈가 된 지 오래다. 유명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사우스 파크'에 고령 운전자가 도로로 나서면 사람들이 몸을 숨기기에 바쁘다는 코미디물까지 나와 노인 운전이 희화화의 소재가 되고 있다.
며칠 사이 대구와 서울, 의성 등지에서 노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대구의 한 전통시장에서 70대 노인이 몰던 차량이 통로로 돌진해 3명이 사망했는가 하면 의성 25번 국도에서는 60대 트럭 운전자가 도로 훈련 중이던 사이클 선수단을 덮쳐 3명이 숨졌다. 어제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에서는 70대 운전자가 역 출입구를 건물 주차장 입구로 착각해 진입하는 사고까지 있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04년 61만 명에서 2007년 95만 명으로 증가하는 등 해마다 급격히 늘고 있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노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도 최근 10년간 연평균 15%가량 늘어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0년 1.2%에서 2009년 5.2%로 급증했다. 이 때문에 '김여사'보다 '할아버지' 운전이 더 위험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미국'일본 등도 이런 고령 운전의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면허증 갱신 주기를 단축하거나 안전 교육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세금을 줄여주는 방안까지 추진했으나 반발로 흐지부지된 사례도 있다. 노령 운전에 대한 공론화가 더딘 우리의 경우 2005년부터 노령 운전자 차량을 대상으로 한 '실버 마크' 부착이 대책의 전부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기에 접어든 시점에서 고령 운전자 비중이 급격히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 노인 운전을 무작정 규제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 단순히 사고율이 높다는 이유로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다. 그러나 한순간의 실수로 피해자와 그 가족은 물론 고령 운전자 자신도 고통을 당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고령 운전에 대한 주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