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민심' 심상찮은데…靑·政, 검역 중단 고민

입력 2012-04-28 09:17:18

경제·외교라인선 "무역·외교 원칙 고려없이 규제 곤란"

미국산 쇠고기 검역 중단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청와대 및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중진들에게서도 수입 중단이나 검역 중단 요구가 나오더니 심지어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이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27일 부산 경남을 방문한 박 위원장은 "정부는 국민의 위생과 안전보다 무역 마찰을 피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는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된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를 확보할 때까지 검역을 중단하고 조금이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밝혀지면 수입도 중단해야 한다. 일단 검역 중단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광우병 파동 당시인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농림수산식품부장관으로 곤욕을 치르다가 촛불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정운천 전 장관도 "정부는 약속대로 즉각적인 검역 중단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27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에 버금가는 수준의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하고 검사단을 미국에 파견해서 우리가 검역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에 대해 그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 중단을 하겠다는 광고를 하면서까지 국민들을 설득했는데 적절한 조치가 나와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야권과 시민단체들도 미국의 광우병 발생 사실이 알려진 25일부터 전면 검역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며 내달 1일 임시국회가 열리면 집중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상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의 검역 중단 요구가 거세지자 청와대와 정부는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내부에서 이 사태를 바라보는 기류도 담당 부서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청와대 경제'외교 라인은 검역 중단 요구에 부정적이다. 한미 간 외교 관계와 무역의 원칙을 엄연히 고려해야 하는 만큼 과학적인 위험성을 입증하지 못한 채 수입 규제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여론에 민감한 정무 라인에서는 민심이 심상찮다는 점을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분의 전수조사와 함께 검역 중단 및 수입 제한 조치도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일부에서 광우병 발병 이후 미국과의 쇠고기 재협상론이 부상하고 있지만 오히려 우리 측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이라는 것은 주고받는 것이 기본인데 우리가 광우병 발병 시 즉각 수입 중단 규정을 담을 경우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받아들이라는 주장을 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즉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우병의 폭발력 못지않게 쇠고기 수입 중단 시 발생하는 후폭풍 역시 무시 못할 만큼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과학적 근거 없이 단행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여론에 떠밀려서도 안 되고, 국민 보호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고민하고 있지만 국민의 권리와 국익을 최대한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전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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