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끝나자마자…식료·의약품 줄줄이 가격 인상
'식품업계에서 물꼬 터진 가격 인상, 물가는 어디까지 올라갈까.'
서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모(58) 씨는 얼마 전 칠성사이다를 평소보다 2배 이상 주문했다. 영업직원들이 칠성사이다를 포함한 탄산음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귀띔을 하자 미리 사재기를 해둔 것. 이 씨는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미 소문이 돌아 음료 창고마다 칠성사이다를 사재기해 두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며 "사이다 외에도 여러 품목들의 인상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우려됐던 가격 인상 도미노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가 4'11 총선을 앞두고 기업들에 자제를 부탁하면서 미뤄졌던 가격 인상이 식음료와 의약품부터 시작됐다.
◆식품업계 가격 인상 도미노 시작
총선 이전까지 가격 인상 소문만 무성하던 식품업계가 눈치 보기를 끝내면서 가격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식품업계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은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에 이미 가격을 인상했지만 이를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대형마트부터 슈퍼마켓까지 진행된 이번 인상은 소시지, 냉면, 우동 등 40여 종으로 인상률이 최대 20%대에 달했다. 특히 이번 가격 인상에 냉면류 등 여름 인기 제품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평균 가격 인상 폭은 냉장 면이 9.1%, 맥스봉 소시지가 10.8% 정도로 커 장바구니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가격 인상 압박으로 그동안 자제해온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원F&B와 오뚜기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동원F&B는 지난달 20일 양반전복죽, 양반참치죽, 양반쇠고기죽 등 양반죽 9종을 평균 7%, 최고 24%까지 인상했다.
오뚜기도 이달 21일 제품 공급 과정에서의 할인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후레쉬참치, 야채참치, 고추참치 등 참치 8종 가격을 5.4~11% 올렸다. 맛있는 밥과 맛있는 큰밥 등 즉석밥 4종도 8.6~12.8%, 백세카레 3종은 9.4% 인상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참치 제품을 포함해 이번에 가격이 올라간 제품은 그동안 할인된 가격으로 저렴하게 판매됐다"며 "직접적인 가격 인상이 아니라 할인율을 줄이면서 판매가격이 인상된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올 초부터 가격 인상 러시
소화제와 영양제 등 일반약의 공급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제약업체들은 원가 인상과 물가 상승을 들어 제품별로 5~20%까지 가격을 인상했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4천200원이었던 '우황청심원'의 가격을 올 1월부터 5천원으로 19%(800원) 올렸다.
동성제약은 배탈 설사약인 정로환의 공급가격을 품목별로 10~20% 올렸고, 독일 다국적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의 변비약 '둘코락스'는 10%, 태평양제약의 관절염치료제 '케토톱'은 5% 인상됐다.
동화약품은 소화제 '까스활명수'의 가격을 14.6% 올렸고, 미국과 한국의 합작기업 와이어스는 영양제 '센트룸' 가격을 10% 인상했다.
이달 들어서는 일양약품이 자양강장제 '원비디'와 위장약 '노루모'의 가격을 각각 10% 올렸다.
다음 달에도 제약업계 가격 인상 러시는 이어질 전망이다. 동아제약은 5월부터 감기약 '판피린'의 가격을 약 10% 인상한다고 밝혔다.
◆가격 인상 어디까지
총선 이후 정부 눈치를 보던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더 많은 제품들의 가격이 인상될 전망이다. 지난해 롯데칠성, 서울우유, 오비맥주, 풀무원, 대상 등은 소비자들의 원성과 정부의 반대 등으로 가격 인상이 무산됐었기 때문에 이들이 인상 대상 1순위로 꼽힌다.
가격 인상이 무산됐던 업체들은 CJ제일제당이 인상 사실을 알리지 않고 슬그머니 가격을 올린 것처럼 '기습 인상'할 가능성도 크다.
다음 달에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인상 조짐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4월 LPG 가격은 동결됐었다. SK가스, E1 등 LPG 수입업체들은 매월 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인 아람코가 정한 국제 LPG 가격을 기반으로 환율과 세금, 유통비용 등을 반영해 국내 공급가격을 결정하지만, 4월 가격은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았다.
4월 LPG 국제가격은 인하됐지만 5월 가격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4월 LPG 가격 동결로 누적 손실액이 1천200~1천400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국제가격에 맞춰 인하할 수 없다는 것.
LPG 가격이 인상되면 택시 요금 인상도 피할 수 없다. 대구택시운송사업조합의 경우 지난해 11월 요금 인상안을 대구시에 제출한 상태다.
정부는 물가 불안에 대비해 공공요금 동결 입장을 표하고 있다. 3월 소비자 물가가 19개월 만에 2%대로 내려갔지만 물가 불안 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매월 시군구의 지방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요금을 점검하고 배추, 돼지고기 등 가격이 상승하는 농축수산물은 수입물량 확대를 통해 물가 안정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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