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우의 소통비타민] 새로운 시민 계층을 위한 정책은?

입력 2012-04-28 07:34:20

의4'11 총선이 끝났다. 대구'경북에서는 이전과 다름없이 새누리당이 완승했지만 최종 결과만 보고 선거 기간에 나타난 변화의 움직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을 어떻게 볼 것인가? 먼저 주목할 점은 야당을 지지한 지역민 중 상당수가 정치적 신념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통적 의미에서 특정 이데올로기를 지지한 것이라기보다, 기든스(Giddens) 교수의 말처럼, 인터넷 시대의 시민으로서 생활과 밀접한 주제에 관해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화'(dialogic) 민주주의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시민들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선거 기간에 갑자기 찾아와 악수하면서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이 아니라,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찾고 지역민들이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른바 '생활 정치'를 구현하는 정치인이다.

셔키(Shirky) 교수의 관찰처럼 한국 사회는 '동방신기' 팬클럽이 거리의 정치 시위에 참여하는 재미있는 나라이다. 이처럼 새로운 시민 계층은 다양한 연령, 성별, 취미, 직업, 문화를 지닌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벤클러(Benkler)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들은 SNS를 통한 의사소통에 능숙한 '네트워크 공중'으로서, 자신들의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에 어울리는 지역 정책을 기대한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의 득표율이 높아진 것은 새로운 네트워크 계층의 출현을 보여준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새로운 네트워크 계층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첫째 '뷰어태리어트'(viewertariat)이다. 뷰어태리어트란 시청자와 프롤레타리아트의 합성어. 이들은 2010년 영국 총선에서 SNS의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새롭게 주목받은 계층으로,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실시간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온라인 집단을 말한다. 이들은 '카우치 포테이토'가 아니다. 이들은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며 감자칩을 먹으며 빈둥거리기만 하는 시청자이기를 거부하며, SNS를 활용하여 여론을 주도함으로써 스스로 강력한 시민 계층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고자 한다.

둘째, '프로듀저'(produser)이다. 프로듀저는 디지털 콘텐츠의 생산자와 이용자의 합성어. 앨빈 토플러의 '프로슈머'가 소비자로서 시민을 강조하는 반면, 프로듀저는 이용자가 콘텐츠 제작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프로듀저들은 기존 콘텐츠를 개선하기 위해서 정보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집단적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표적 사례가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다. SNS 애플리케이션의 개방화는 프로듀저가 폭넓게 확산되는 또 다른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셋째, '캐시 몹'(cash mob)이다. 캐시 몹은 SNS 채널을 통해 네트워크를 맺은 사람들이 일시에 같은 가게에 나타나 쇼핑하는 '플래시 몹'의 한 종류이다. 2011년 8월 미국의 한 블로거가 처음 시작한 이후 캐나다 등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가고 있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서로 모르는 시민들이 SNS를 통해 사전에 약속된 장소에 순식간에 모여 집단적으로 쇼핑을 하는 것이다.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1인분의 한 끼니 식사가 된다는 뜻인 '십시일반'(十匙一飯)을 SNS로 구현하는 것이다.

총선은 끝났지만 본격적인 정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연말에는 대통령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국회의원 및 시'도지사를 비롯한 엘리트 계층은 씨앗을 새싹에서 나무로 키워서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뷰어태리어트를 육성하여 지역 언론사의 콘텐츠를 국내외에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어떨까. 지역의 중소형 디지털 기업이 성장할 때까지 프로듀저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수도권의 대형마트가 지역 상권을 함부로 밟을 수 없도록 캐시 몹을 통해서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은 어떨까.

네트워크 공중, 즉 작지만 강하게 연결된 시민들의 움직임에 주목하자. '우리는 마이크로 소사이어티로 간다'는 책 제목처럼 대구'경북은 변화하고 있다. 당선자들이여! 새로운 사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승리는 영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역사회가 좀 더 활기차고 생동감 있는 공동체로 재탄생하기를 원한다.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사이버감성연구소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