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마트가 바글바글…일요일 시장이 싱글벙글

입력 2012-04-23 10:04:16

의무휴업 첫날 표정

대형마트가 첫 휴무에 들어간 22일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표정은 엇갈렸다. 전통시장은 오랜만에 손님들로 활기를 보였지만 대형마트 휴무를 모르고 찾은 고객들은 불편을 겪었다. 성일권기자
대형마트가 첫 휴무에 들어간 22일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표정은 엇갈렸다. 전통시장은 오랜만에 손님들로 활기를 보였지만 대형마트 휴무를 모르고 찾은 고객들은 불편을 겪었다. 성일권기자

'토요일엔 대형마트 북적북적, 일요일엔 전통시장 바글바글'

#22일 달서구 한 대형마트. 문이 닫힌 마트 입구에 장바구니를 든 주부 십여 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마트를 이리저리 살피던 이들은 휴점 안내문을 발견하고서는 이내 돌아섰다. 한 주부는 "집 근처라 잠시 들렀는데 문을 닫았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급하게 필요한 것은 아파트 단지 내 슈퍼마켓에서 구입하고 다음 주에 다시 장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달서구 서남신시장. 시장 입구에 쌓여 있는 배추 근처로 손님들이 한가득 모였다. 단배추 한 포기에 500원이라는 말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연신 "싸다"를 외치며 배추를 사갔다. 유인숙(51'여) 씨는 "보통 천원은 하는 배추가 반값이니깐 엄청 싼 것"이라며 "대형마트처럼 시장에도 반값 이벤트가 있으니 앞으로 자주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수성구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첫날, 노마진 행사를 펼친 전통시장에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형마트는 하루 전인 21일 미리 장을 보기 위한 사람들이 몰렸고, 휴업 일을 알지 못하고 마트를 찾은 손님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22일 대구지역 전통시장은 활기를 띠었다. 이날 6개 전통시장에서는 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마진 행사를 펼쳤다.

달서구 서남신시장은 배추'단배추, 동구 방촌시장은 통영 멸치, 남구 대명'대명신시장은 오이'호박, 북구 경명시장은 흑미'찰흑미'현미 등 곡물류와 계란, 서변중앙시장은 깐마늘, 동대구신시장은 특란을 시중 가격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판매했다.

노마진 행사에서는 준비한 물량이 1, 2시간 안에 동이 나는 등 손님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남신시장에서 족발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배추를 사러 노마진 행사를 찾은 손님들이 시장 다른 가게에도 들러 장을 보고 가다보니 가게마다 평소보다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한 달에 두 번이라도 이렇게 손님이 북적인다면 시장에서 장사할 맛이 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노마진 행사가 진행되지 않거나 규모가 영세한 전통시장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의 혜택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22일 오후 50여 개의 상점이 전부인 수성구의 한 전통시장은 평소와 다름 없이 한적했다. 10여 집 정도는 아예 문을 닫았다. 수성구 한 전통시장 상인은 "옆 동네에 대형마트가 하나 있어 그래도 손님들이 좀 찾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평소와 별다를 바가 없다"며 "시장 근처에 있는 큰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시장까지는 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는 의무 휴업 하루 전날인 21일 손님이 몰렸다. 폐점시간 직전까지도 계산을 하려는 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평소 같은 시간대와 대비하면 20, 30%가량 손님이 늘어난 것 같다"며 "지난주부터 휴무일을 고객들에게 알려서 미리 장을 보러 온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휴무 당일에는 매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린 고객들도 많았다. 달서구와 수성구의 5개 이마트에는 매장별로 평균 1천 대가량의 차량이 대형마트를 찾았다. 영업을 하는지 문의하는 전화도 매장당 500여 건이나 쏟아졌다.

문이 닫힌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송모(46) 씨는 "세탁소에 맡겨둔 옷을 찾으러 왔는데 문이 닫혀 있다"며 "매장에 전화를 해보고 있기는 한데 월요일까지 해결할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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