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2012 청도 소싸움축제'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청도는 분홍빛 복사꽃이 만개한 가운데 소싸움 함성으로 들썩인다. 싸움소의 힘찬 포효와 응원 함성이 원형경기장을 수놓는다.
이번 축제에서는 화려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예선전을 거쳐 올라온 싸움소 96마리의 토너먼트 빅매치, 싸움소와 함께 소통하는 청홍응원전, 청도의 삶의 이야기와 소싸움의 가치를 전달하는 '황소 나가신다 난장퍼레이드', 이색적인 체험장으로 꾸며지는 황소문화존, 옛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농경문화 체험존 및 청도소싸움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거리공연 등 다채로운 전시'체험'공연을 즐길 수 있다.
"이럇∼ 이럇∼." "나가자, 쳐라!" "찍어! 찍어!"
소 주인이자 조련사인 우주(牛主)들은 연방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소에게 공격하라고 주문한다. 1만2천여 관객은 목이 터져라 자신이 이기기를 원하는 소를 응원한다. 주먹 쥔 손에는 땀이 고인다. 마침내 누런 황소가 뿔을 세워 검은 소의 목에 대고 목치기를 하자 검은 소는 슬슬 뒷걸음질치다 꽁무니를 뺀다. 주심이 황소 주인의 손을 번쩍 들어주자 검은 소 주인은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황소는 자기가 이긴 것을 알기라도 한 듯, '음∼매' 하며 포효한다.
이달 18일 2012청도소싸움축제가 '힘찬 도전! 정직한 승부!'를 주제로 지난해 9월 준공한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화려한 막을 올렸다. 매년 4월이면 전국에서 8강에 오른 싸움소들이 모여 경기를 치르는 소싸움계의 월드컵 '청도소싸움축제'다. 올해는 22일까지 5일간 열리며 21일 오후 6시부터 결승전이 예정돼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경기장 관람석에 들어서면 원형 경기장(링)과 빨간'노란색 의자가 눈에 띈다. 경기장 전면 1, 2층에는 발매 창구 143개소가 자리 잡고, 경기 중계화면과 배당률 등 각종 정보를 알려주는 LCD화면이 100여 개 설치돼 있다. 경기장 대형 전광판도 실시간 정보를 계속 제공한다.
소싸움이 지역문화축제로 이름을 드날린 것은 1990년 청도 이서면 서원천변에서 열린 전국 규모의 영남소싸움대회가 계기였다. 1995년부터 1998년 9회 대회 때까지는 전국민속투우대회라는 이름으로 개최됐고, 이듬해부터 '한국의 10대 지역 문화관광축제'로 4년 연속 문화관광부 지정축제로 선정되면서 국제적인 대회로 성장했다.
지난해엔 연간 60만 명이 소싸움을 즐기려고 청도를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청도 이외에도 의령'함안'창녕'완주'진주'김해'대구'정읍에서도 소싸움대회가 벌어지나 청도대회 규모가 제일 크다. 전국의 등록 싸움소 423마리 중 187마리가 청도에 있다.
경기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싸움소들은 경기 직전 뿔깎기를 통해 최종 몸만들기를 마친다. 뿔깎기는 경기에 참가하는 우주들이 서로 돕는 것이 전통이다. 일찍 도착한 소들은 미리 모래판에 적응하며 몸풀기를 한다. 하루 전날 몸무게를 측정, 체급을 구분한다. 외지에서 온 싸움소들은 청도투우협회에서 마련한 간이 우사에 머물면서 안정을 취한다.
소싸움경기는 두 마리의 싸움소가 30m 이상 되는 원형경기장에서 서로 강력한 힘을 내뿜는다. 밀치기, 머리치기, 목치기, 옆치기, 뿔걸이, 뿔치기, 들치기, 연타 등 다양한 기술로 승부를 펼쳐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여기에 관람객이 청과 홍, 두 편으로 갈려 응원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청도소싸움경기는 지난해 9월부터 그동안 민속축제 행사에 머물던 소싸움경기에 갬블(베팅)사업을 도입해 흥미를 더하고 있다.
연말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10경기가 펼쳐진다.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의 매력에다 흥행 요소(베팅)를 도입, 관람객이 싸움소와 호흡을 같이하며 우승 소를 점치는 짜릿한 경기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소싸움은 다른 갬블과는 달리 사람이 직접 경기에 개입하지 않는 승패의 불확실성이 묘미다. 또 우직한 소들의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어 경기마다 예측불허의 이변과 의외성이 짜릿한 재미를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소싸움은 매 경기 종료 후 20분의 발매시간이 주어지며 우권 구매표를 구입해 경기에 참여하면 된다.
갬블방식은 한 경기의 승리한 소 또는 무승부를 맞히는 단승식, 승리한 소의 승리시점 또는 무승부를 맞히는 시단승, 연속 2경기를 묶어 승리한 소 또는 무승부를 맞히는 복승식, 연속 2경기를 묶어 승리한 소의 승리시점 또는 무승부를 맞히는 시복승 등 4가지 방식이다. 1인 1회 우권 구매 금액은 100원부터 최고 10만원까지이며, 승리 소를 맞히면 환급금(상금)을 타게 된다.
청도군이 소싸움의 인기에 착안해 시작한 소싸움경기 사업은 국내 최초이며,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한국형 소싸움'이다. 이중근 청도군수는 "청도에서만 특화된 소싸움 경기를 통해 지역발전을 이끌고, 소 싸움장 경영의 안정적인 정착과 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해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관광상품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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