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 음력 3월에 웬 한가위 타령이냐고 하겠지만 요즘 새누리당의 사정이 이런 것 같다. 선거 승리 분위기에 한껏 고무돼 있다. TV 화면에 비친 새누리당 사람들 표정에는 시름이 없다. 불과 4개월 전과는 상황이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물어보나 마나 지금 이대로 연말 대선까지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일 거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깃발을 내리기 직전까지 내부적으로 친이-친박 갈등으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압도적 다수의 여당이었지만 제대로 힘 한 번 못 쓰고 야당과 여론에 질질 끌려다닌 사실은 국민들도 너무나 잘 안다. 지난해 가을 서울시장마저 야권에 내주자 풍전등화의 위기로까지 내몰리지 않았던가?
그런 새누리당이 4'11 총선에서 '100석 전후라는 예상을 깨고' 과반 의석을 차지하자 정국의 무게중심이 새누리당으로 다시 옮겨 왔다. 위기 극복의 주역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주변은 사람들로 넘쳐 난다. 당연한 대접이다. 박 위원장이 없었다면 지금의 승리는 상상할 수가 없다. 이제 새누리당에는 친이-친박 구분이 필요 없다.
박 위원장은 총선 기간 중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정치권 최고 스타임을 입증했다. 연말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자 분위기가 더 좋다. 새누리당에서 '대선 후보 박근혜'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박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언론도 '일동 주목'이다.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만 같아라'다. 박근혜 대세론이다.
시곗바늘을 꼭 10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는 '7년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대통령 임기 5년에 정국의 주도권을 가진 야당 총재 2년을 포함한 기간이 7년이었다. 상대적으로 아들 비리 등으로 DJ는 '식물 대통령' 평가를 받았다. 지금의 박 위원장보다 더 위세가 대단했다. 이 총재의 한마디가 주는 무게는 대단했다. 사람과 돈이 몰려들었다. '차떼기'도 이런 상황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이 총재와 한나라당은 그 상황에서 너무 잘나갔다. 조심하지 않았다. 주변을 점검하지도, 경계하지도 않았다. 이 총재 측은 마냥 그대로 연말 대선을 맞을 줄 알았다. 주변 사람들이 더 문제였다. 이 총재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등 잘못한 게 많았다. 사람은 많았지만 '쓴소리'를 하는 이는 없었다. 있었다고 해도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온통 '예스맨'밖에 없었다. '이 총재가 인의 장막에 싸여 있다'는 이야기가 회자됐다.
이 총재는 당시 1997년에 이어 대선 재수를 하고 있었다. 첫 도전 때보다 더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런데 실패했다. 원인은 외부 공격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내부에 있었다. 과도한 자신감, 미리 맛본 승리감에 너무 일찍 도취됐기 때문이다.
손에 쥐지도 않은 승리를 전제로 공 다툼, 자리다툼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전투도 하기 전 전리품을 누가 더 가져가느냐를 두고 싸움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 총재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니 사생결단으로 달려드는 적과의 실제 전투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그때의 일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기억하고 있는 인사들이 지금 새누리당에도 많이 있다. 박 위원장 측근들 가운데도 적지 않다. 이들이 불과 10년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할 일은 없을 테니 그때의 전철을 그대로 밟지는 않을 게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다시 둘러보자. 박 위원장 주변은 지금 어떤가? 공 다툼, 자리다툼은 없는가? 잠시라도 긴장을 늦추거나 대통령이 된 듯이 구는 인물들이 박 위원장 곁에 없는가를 살펴볼 일이다.
후보 자신은 물론 측근과 친인척의 해이와 부패 그리고 오만함 등 '내부의 적'은 빈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스며들기 마련이다. 가스 냄새를 알아차렸을 때는 너무 늦다. 연탄가스로 손상된 뇌세포는 회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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