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안철수와 미륵불

입력 2012-04-17 10:58:07

한국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하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열정에 찬 사람 중에는 이 얽힌 난제들을 단번에 싹둑 잘라버리고 싶은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식의 처방은 판을 깨자는 화풀이일 뿐 해결책이 못 된다. 이 문제를 건드리면 저 문제가 걸리고, 저 문제를 풀자면 이 문제가 요동친다. 발달한 사회에서 그런 복잡함은 필연적이다.

일찍이 한국 사회의 난제를 풀겠다고 나선 정치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는 하나같이 무능하거나 부패한 것처럼 보였다. 여당을 찍어도, 야당을 찍어도 역부족이었다. 기존 정치권이 실패하다 보니, 진정 다른 사람은 없는 것일까, 살펴보게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지친 국민은 누군가 혜성처럼 나타나 이 복잡하고 불합리한 문제를 일거에 해소해 주기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주목하는 사람이 안철수 서울대 교수다.

안 교수는 기존 정치권과 다른 점이 많다. 우선 이미지가 깨끗하다. 그가 이룬 성과를 볼 때 상당히 유능한 사람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생각할 수 있다.

기존 정치권 인물들과 안 교수는 차이가 또 있다. 기존 인물들이 '한국 사회라는 복잡한 시험'에 임해 자주 틀리는 바람에 실망을 안겨주었다면, 안 교수는 아직 시험에 임하지 않았기에 기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안 교수가 정답으로 채울 것이라는 근거는 아직 없다. 물론 그가 엉망의 답안지를 제출할 것이라는 근거도 없다. 문제는 상당수 사람이 그에게 엄청나게 어려운 '고시'에 임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생애 첫 시험이 '고시'인 셈이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기존 정치권도 나름대로 애를 썼다. 그들이라고 손 놓고 있었거나, 일부러 오답을 써 넣은 것은 아니다. 상당한 경험을 갖고, 갖은 애를 써도 풀기 어려운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다.

안 교수를 대통령으로 지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한국 사회의 난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기에 지지한다면, 접는 것이 옳다. 안 교수는 미륵불이 아니다. 미륵불이나 메시아는 현재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인간의 마음속에나 존재할 뿐이다. 역사 이래 많은 미륵불과 메시아가 나타나 목불인견의 참상을 거두고 태평성대를 장담했으나 실패했다. 안철수 교수가 미륵불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현실적 곤란에서 도피하고 싶은 욕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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