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과 상생의 상징…한류 타고 세계 요리로
비빔밥. 친숙한 이름이다. 우리 민족은 비비고 섞는 것을 좋아한다. '섞음의 미학'이 바로 비빔밥이다. 섞음은 융합과 상생이다. '파격의 미학'이기도 하다. 고추장을 넣고 마구 비벼대며 기존의 질서를 단번에 파괴한다. 여기서 우리의 강한 야성과 역동성을 본다. 섞음과 파격을 겸비한 비빔밥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봤다.
◆세계인의 입맛 훔쳐
비빔밥은 우리의 친한 친구다. 우리 곁에 있는 다양한 재료들을 한데 모아 비벼 먹으면 된다. 이런 우리의 친구 비빔밥이 이젠 세계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예전에 외국인에게 한국 음식을 대접할 때 '불고기와 신선로'가 대표선수였다. 이젠 비빔밥이 당당히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팝의 황제 고(故) 마이클 잭슨부터 출산 후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귀네스 팰트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까지 한 번 맛보고 반해버린 우리 음식이 비빔밥이다. 특히 1990년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첫선을 보이면서 한국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부터는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인들의 한식 열풍으로 '비빔밥'은 세계인의 음식이란 명성까지 얻고 있다. 이제 '21세기형 한식'으로 끝없는 연구와 개발을 통해 세계를 뒤흔들 채비를 하고 있다.
◆비빔밥은 '영원한 친구'
비빔밥은 그리 오래된 음식이 아니다. 비빔밥이란 명칭은 1890년대 간행된 '시의전서'란 조리서에 나온다. '골동반'(骨董飯)과 '부빔밥'을 병기한 이 책에는 '밥에 모든 재료를 다 섞고 깨소금과 기름을 넣어 비벼서 그릇에 담는다'고 되어 있다.
비빔밥은 골동반(어지럽게 섞는다), 화반(花飯'꽃밥)으로 불린다. 즉 잘 지은 밥에 몸에 좋은 온갖 채소와 약간의 소고기, 여기에 고추장이나 간장을 넣어 섞는다.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지방마다 약간 다르지만 콩나물, 숙주, 도라지, 고사리 같은 나물과 양념해 잘 볶은 소고기(혹은 육회), 야들야들한 청포묵이 어우러지고 거기에 달걀이 얹힌다. 사실 비빔밥은 이보다 더 화려해 '백화요란'(百花燎亂'꽃이 불타오르듯 찬란하게 핀다), 즉 '꽃밥'으로 불리기도 한다.
비빔밥의 유래에는 다양한 설이 있다. 후손들이 조상들과 같이 먹는다는 신인공식(神人共食)의 의미로 제사 음식을 그릇 하나에 섞어서 비롯됐다는 음복설, 동학혁명군이 그릇이 충분치 않아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먹었다는 동학혁명설,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으로 임금이 몽진했을 때 수라상에 올릴 음식이 없어 몇 가지 나물을 비벼 올렸다는 몽진음식설, 궁중에서 유래했다는 궁중음식설, 설에 먹다 남은 음식을 정월 대보름에 먹었다는 묵은음식설, 농번기에 간단하게 함께 먹었다는 농번기음식설 등이다.
◆비빔밥의 종류와 매력
비빔밥은 지역마다 다르다. 전주비빔밥은 물론 진주화반, 해주교반이 유명하다. 지방마다 넣는 재료도 다양하다. 거제지방에서는 비빔밥을 만들 때 멍게를 넣는다. 이외에도 산채비빔밥이나 육회비빔밥, 낙지비빔밥 등 들어가는 재료에 제한이 없다. 제사를 지내고 남은 음식으로 만든 안동의 헛제사밥도 비빔밥의 한 종류다.
다양한 종류를 자랑하는 비빔밥의 매력은 맛과 영양에 있다. 비빔밥의 맛은 다양한 재료가 가진 자신의 맛을 살리는 데 있다. 여기에 고추장이란 촉매제를 통해 승화된 맛을 선보인다. 또한 비빔밥은 건강식이다. 음식 전문가들은 건강식으로 채소와 고기의 비율이 8대 2 정도가 되는 것을 꼽는다. 비빔밥은 이 비율에 근접할 뿐 아니라 오히려 채소 비율이 더 높아 건강식으로 평가한다.
◆안동 헛제사밥
비빔밥의 한 종류인 안동 헛제사밥은 그 특색을 자랑한다. 대구 달서구 대곡동의 '제비원'은 안동 헛제사밥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헛제사밥은 평소에 제사음식처럼 만들어 먹는 것을 말한다.
본관이 안동인 주인 김은숙 씨가 안동헛제사밥을 차려왔다. 육전'생선전'야채전과 산적'고등어'가자미 등이 스테인리스스틸 제기에 담겨져 나왔다. 비빔밥에는 콩나물'무'고사리'미나리'표고버섯'가지 등 7가지 나물이 한 줌씩 도리뱅뱅이처럼 앉아 있다. 그 위에 고명으로 두부를 얹었다. 그런데 고추장이 없다. 김 씨는 "안동비빔밥에는 붉은 색인 고추장과 당근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냥 잡다한 재료를 넣고 고추장에 비비면 결국 나물 본연의 맛은 사라지고 고추장 맛으로 먹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물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나물마다 간이 잘 배도록 한다는 것이다.
밥을 넣고 젓가락으로 비벼 한 줌 먹어 보니 짭짤하면서도 담백하고 느끼하지 않은 나물 간이 예사롭지 않았다. 나물은 식용유에 볶지 않고 간장과 육수로 익혀 칼로리를 낮췄으며 1, 2㎝로 잘게 다져 손님들이 먹기 좋게 배려한다. "우리 비빔밥은 나물마다 간이 잘 배도록 나물 한 가지씩 프라이팬에서 볶아 내죠. 나물 모두 제 맛이 나면서도 먹을 때는 어우러져 한 가지 맛이 납니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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