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식 이야기] (15) 천연식초

입력 2012-04-12 14:06:24

곡물'과실주 발효, 미네랄'비타민의 '보고'

"'초두루미'를 아시나요?" 집집마다 우리의 전통주, 막걸리나 청주를 담가 먹던 시절이 있었다. 불과 50년 전의 이야기다. 그 시절 우리의 어머니들은 먹고 남은 막걸리나 청주를 모아 초두루미에 담아 식초를 발효시켜 먹었다. 초두루미는 주둥이가 좁으며 원둘레가 허리춤에서 볼록하게 나오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면서 목 부분이 가늘게 생겼는데 어머니들은 부엌 중 따뜻한 곳에 보관하면서 수시로 몸에 안고 흔들어가며 식초의 맛이 잘 들기를 기원했다. 초두루미는 스스로 온도와 공기의 양을 조절해서 질 좋은 천연식초를 만든다.

요즘은 제대로 발효시킨 천연식초를 만나기가 힘들다.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 가면 양조식초가 대부분이고 천연식초와 최소 수십 배의 가격 차이가 난다. 그도 그럴 것이 천연식초는 알코올 발효하여 초산을 만들어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소 6개월에서 3년 정도 걸려야 얻을 수 있다. 초산균의 먹이가 되는 것은 알코올로 가격이 비싼 발사믹 식초는 포도주의 알코올을 이용하여 발효된 것이고, 청주의 알코올을 이용하여 발효된 것이 현미식초다.

그렇다면 가격이 싼 양조식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양조식초의 먹이가 되는 알코올은 '주정'인데 주정은 최초 발효된 술을 여러 번 증류해 순도 99%의 알코올을 얻어낸 것이다. 이렇게 얻은 주정에 '초산균'을 넣어 기계로 속성 발효시키면 단 며칠 안에 우리가 익숙하게 먹어오던 양조식초가 만들어진다. 대량생산에 유리한 양조식초 역시 발효식초이긴 하지만 순도 99%의 정제 알코올인 주정에는 발효주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비타민, 미네랄 등 영양물질이 없으며, 자연 발효과정에서 생겨나는 생리활성 물질도 없다.

빙초산은 식초를 증류하여 초산 성분만 99% 추출한 것으로 빙(氷)자를 붙이는 것은 순도 높은 초산이 상온에서 얼음과 같은 결정을 형성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아무런 발효 과정 없이 석유를 정제해 빙초산을 만들어내는 것이 문제이다.

그럼 천연식초의 종류와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 발상지가 이탈리아 모데나인 발사믹 식초는 고급 백포도주를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포도즙을 오크통→밤나무통→벚나무통→물푸레나무통으로 옮겨 담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진득한 검은 액체가 만들어진다. 맛이 진하고 부드러우며 향이 뛰어나 요리에 쓰면 맛이 고급스러운데 최소 숙성기간은 7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몰트 식초는 보리, 엿기름을 원료로 만든 곡물 식초로 유럽 북부 맥주 명산지에서 많이 만들어 먹으며,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우수하다. 우리나라 및 일본, 중국 등에서는 술 지게미 식초를 주로 이용한다. 곡류로 술을 빚고 남은 찌꺼기를 이용해서 만든 식초다.

맥아식초는 보리, 옥수수 등의 곡류를 원료로 한 맥아 분말에 물을 부어 따뜻한 곳에서 당화시킨 후 5일 정도 알코올을 발효시킨다. 그리고 이것을 다시 초산 발효시켜 식초를 만드는데 보리맥아를 발효하면 단백질과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향미가 진한 것이 특징이다.

매실 식초는 매실의 신맛이 강해 무척 새콤한 것이 특징이다. 구연산이 풍부해 물에 타서 마시면 피로 회복, 체력 강화, 갈증 해소에 좋고 고기나 생선요리에 사용하면 군내를 없애고 살균 효과도 있다. 감식초는 비타민C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면역력을 길러주고 감기예방, 체지방 분해 효과가 있어 건강 음료로 많이 애용된다.

가장 쓰임새가 많은 사과식초는 사과를 얇게 슬라이스하여 사과 무게의 약 5%의 설탕을 골고루 뿌려 청주를 조금 끼얹어 만들 수 있다. 만들 때 레몬을 조금 첨가하면 더욱 상큼한 신맛의 식초를 얻을 수 있고 초무침에 넣으면 빛깔이 고와지는 효과도 있다.

현미식초는 찐 현미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첨가하여 술의 단계를 거쳐서 자연 상태로 발효시켜 최소 6개월 이상 되면 현미식초를 얻을 수 있다. 필수아미노산과 초산, 구연산, 사과산 등이 풍부하고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세안 물에 조금씩 떨어뜨리면 피부를 탄력 있게 만들어준다.

신아가 참(眞) 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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