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페라하우스 법인화에 대하여

입력 2012-04-12 11:51:47

법인화 문제로 대구오페라하우스가 혼돈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갑론을박의 핵심은 '법인화'냐 '재단'이냐 인 것 같다. 이 문제를 풀기 전에 우선 개념 정립이 급하다.

모든 수학에는 공식이 있듯 예술 경영도 원칙이 있다. 알면 쉽게 풀지만 기초 학력이 부족하면 허둥거리다 시간만 허비한다.

어려운 문제일수록 침착해야 하고 이전에 풀었던 사례가 있는가부터 살피는 게 순서다. 자료 수집이 되었다면 법인화가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해답이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오페라하우스가 법인화의 첫 시험장이 아니란 것이다. 당연히 시립오페라단, 페스티벌 조직위원회, 극장은 통합되어야 하는 것이고 이를 전제로 법인화로 가는 것이 맞다.

그럼 법인화가 뭔가. 한마디로 전문성 인력을 바탕으로 조직의 자율성과 창의성으로 예술 극장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여기에 안정적 지원 예산의 확보에 보태어 기업의 후원을 끌어내는 경영 노하우도 가세한다

우리나라 극장 대부분이 법인화로 가고 있는 것도 논란의 고민을 들어준다. 예술의전당은 특별법에 의한 재단법인이고, 세종문화회관, 경기도 예술의전당, 고양문화재단, 대전 예술의전당, 전주 소리예술의전당 등이 법인화를 시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법인화는 지금도 수익논리와 공공성의 균형 잡기의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지만 추운 겨울에 혼자 나가 살라는 자립자족은 오해고 그런 법인화는 옳지 않다. 특히 시의원들이 잘 모르면서 고함을 치거나 예산 망치를 힘차게 내려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립오페라단, 국립합창단, 발레단 등이 법인화 전보다 크게 예산이 증액되었고 연주력도 향상되었다.

문화는 무리하게 돈을 버는 것보다 잘 쓰는 쪽을 선택해야 미래가 있다. 환경도 안 되었는데 무조건 벌려고 하면 그 순간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善(선)한 돈(?)을 벌어야 한다. 좋은 기획, 관객 개발, 품위의 극장을 유지하는 철학이 있는 극장을 하려면 법인화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문제는 '사람'이다. 얼마나 탁월한 경영과 창의성을 가진 인재를 찾느냐다. 그러지 않고 극장에 누가 앉을까 '사람'에 맞추는 법인화는 마땅하지 않다.

극장이 필요한 옷(법인화)과 그 옷을 세련되게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사람을 찾으면 걱정은 크게 줄어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민 혈세에 구멍이 뚫린다.

경제학에서 '주인과 대리인 문제'(Principal & Agent Problem)의 관계에서 주인이 문제를 알면 과정이 명료해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해이해지거나 왜곡이 발생한다. 여기서 공무원의 직무유기가 사적 감정에 기울면서 문제는 더욱 꼬인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도시행정의 책임자이자 주인이기에 법인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지시한다면 오해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결론은 오페라재단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오페라하우스는 재단의 수혜 대상자가 정확한 답일 것이다. 생각해 보자. 오페라페스티벌에 고작 십수억원으로 잔치를 하는 재정으로 무슨 재단을 만든단 말인가. 법인화와 재단에 대한 오해가 풀려야 다음 문제를 풀 수 있다.

법인화는 칼의 양날 같다. 잘 쓰는 사람에겐 순하지만 무리하게 다루면 자기 몸부터 베인다. 사실은 1997년 필자가 세종문화회관 법인화를 주도하고 나서도 오랫동안 가시방석이었다. 그 많은 경험들이 이젠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하루속히 오페라하우스도 법인화 논란을 마감하고 SNS 시대의 흐름처럼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으뜸가는 공연 문화 중심 도시의 꿈을 실현해야 한다. 봄이 왔는데 혼자서 외투를 입고 있다면 보기에도 좋지 않다. 스티브 잡스도 혼자서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 했다. '부분 최적'에 빠지지 말고 '전체 최적'을 생각하는 혁신을 해야 비전이 있지 않겠는가.

탁계석/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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