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마을과 얼굴 맞댄 요즘 뜨는전통테마마을

입력 2012-04-11 07:11:48

안동 풍천면 '저우리 마을'

부용대에 오르면 하회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부용대에 오르면 하회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하회마을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안동시 풍천면 저우리. 하회마을의 유명세에 묻혀 상대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저우리는 관광과 체험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전통테마마을이다. 저우리는 지난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농촌관광명소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서울의 유명 여행사가 저우리 관광프로그램도 만들었다. 그만큼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광명소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저우리를 다녀왔다.

◆볼거리

저우리의 행정명은 광덕1리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저우리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 마을 홈페이지도 저우리테마마을로 되어 있다. 저우리라는 이름은 저울에서 유래됐다. '비가 저울에 단 것만큼 정확하게 와야지 많이 오면 물난리가 나고, 적게 오면 가물어서 농사가 안 되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저우리로 불리게 됐다는 것. '저울→저울이→저우리'로 발음이 변한 것으로 추측된다.

낙동강의 너른 백사장을 앞마당처럼 두고 있는 저우리는 솔숲과 화천서원'옥연정사'겸암정사'부용대 등 안동의 선비 문화를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저우리는 도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광덕교 오른쪽(대구→저우리 방면 기준) 마을에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이 서 있는 솔숲이 자리 잡고 있다. 저우리의 귀중한 자산이 된 솔숲은 경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풍치림으로 조성됐다는 설도 있고 강바람을 막기 위한 목적인 방풍림으로 조성됐다는 설도 있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소나무를 심은 뒤 지었다는 시가 전해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소나무의 수령은 족히 몇 백 년은 된 것으로 추정된다. 솔숲의 소나무를 베어 화천서원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광덕교 왼쪽에 있는 마을에는 화천서원'옥연정사'겸암정사'부용대가 있다. 원래 광덕교 오른쪽 마을은 저우리, 왼쪽 마을은 솔숲 안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솔안마을로 불렸으나 지금은 통칭해서 저우리로 불리고 있다. 광덕교 왼쪽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화천서원이 눈에 들어온다. 화천서원은 류성룡의 형인 겸암 류운룡(1539∼1601)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유림이 뜻을 모아 정조 10년(1786년)에 건립한 것으로 1871년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으로 훼철되었으나 후손들과 유림이 기금을 모아 1996년 복설했다. 화천서원 마당에는 선비의 고고한 자태가 느껴지는 한 그루 매화가 그윽한 향기를 뽐내며 서 있다.

화천서원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250m 올라가면 부용대에 닿는다. 오솔길은 소나무와 갈참나무가 섞여 있어 운치가 빼어날 뿐 아니라 경사도 급하지 않아 걷기에 좋다. 부용대에 오르면 강 건너 하회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강물 뒤로 초가와 기와집이 옹기종기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옥연정사와 겸암정사는 부용대를 기준으로 양쪽에 자리 잡고 있다. 부용대에서 산길을 따라 서쪽으로 300m 정도 가면 겸암정사에 닿는다. 명종 22년(1567) 류운룡이 학문 연구와 제자 양성을 위해 지은 것으로 하회마을이 바라다보이는 부용대 절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겸암정'이라고 쓴 현판은 류운룡의 스승인 퇴계 이황이 쓴 것이다.

부용대에서 산길을 내려오면 옥연정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옥연정사는 류성룡이 손수 짓고 거처했던 집이다. 류성룡은 선조 9년(1576) 옥연정사를 짓기 시작해 10년 만에 완공했다고 한다. 임진왜란이 끝난 뒤 류성룡은 옥연정사에 머물며 '징비록'(국보 132호)을 저술했다.

옥연정사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 전경을 감상한 뒤 옥연정사로 내려오는 방법과 화천서원에서 낙동강변으로 난 길을 150m 정도 따라가는 방법이 있다. 기자는 구석구석 둘러볼 욕심에 부용대에서 가파른 산길을 이용해 옥연정사로 내려왔지만 편하게 가려면 화천서원 옆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류운룡과 성룡 두 형제가 지은 겸암정사와 옥연정사는 서로 닮은 듯 보이지만 풍기는 이미지는 사뭇 다르다. 겸암정사가 높은 절벽 위에서 하회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면, 옥연정사는 낙동강변으로 내려와 하회마을과 눈높이를 맞춘 채 조용히 앉아 있다. 옥연정사에서 보면 낙동강변으로 난 부용대 절벽 따라 작은 길이 나 있다. 옛날 옥연정사와 겸암정사를 연결하던 길이다. 지금은 폐쇄된 옛길에는 서로의 안부가 궁금해 이 길을 오가던 류운룡'성룡 형제의 발자취가 서려 있다.

◆즐길거리

저우리에서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다.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 불리는 안동의 정체성을 보여 주기 위해 마련된 사군자체험관을 비롯해 야생화의 식생에 대해 알아보는 야외체험관, 미술체험관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 야외체험관 옆에 자리 잡은 사군자체험관은 양반(문관'무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국궁과 사군자 체험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궁체험에 사용되는 활은 모조품이 아니라 국궁장에서 사용되는 진짜 활이다. 사군자체험은 단순 체험을 너머 교육의 하나로 진행된다. 제대로 된 사군자체험을 위해 머리에 관을 쓰는 것은 기본이고 참가자들은 체험에 앞서 사군자에 대한 교육부터 먼저 받아야 한다.

농장체험도 가능하다. 딸기'토마토'멜론'배'고구마 등의 수확체험 프로그램이 계절별로 마련되어 있다. 체험은 단체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광객도 할 수 있다. 체험비는 사군자'미술'야외체험의 경우 1인당 3천~5천원이며 농장체험에는 1인당 1만원 이상이 든다. 체험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www.feelandong.co.kr)를 참고하거나 사무장에게 문의(010-9226-4830)하면 된다.

#Tip

저우리에서는 민박(1박 3만~5만원) 또는 고택체험이 가능하다. 고택체험은 화천서원과 옥연정사에서 할 수 있으며 1박에 15만원이다. 화천서원과 옥연정사는 보존 상태가 양호하다. 관리인이 화천서원과 옥연정사 옆에서 거주하며 보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천서원과 옥연정사를 둘러볼 때는 말소리를 낮추는 것이 예의다. 저우리에서 배를 타고 하회마을을 둘러볼 수 있다. 뱃삯은 1인당 왕복 3천원이다. 대구에서 가는 길은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내려 예천'풍산 방면으로 접어든 뒤 하회마을 이정표를 따라 가다 보면 광덕리 이정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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