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안으로 들어가는데만 10분 '끙끙'

입력 2012-04-10 10:25:18

청소도구 보관 장소로 변질된 대구 모 구청의 장애인 화장실. 사진제공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
청소도구 보관 장소로 변질된 대구 모 구청의 장애인 화장실. 사진제공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

9일 오전 수동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김모(38'대구 북구 산격동) 씨는 대구 북구청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10여분간 끙끙댔다. 휠체어 장애인의 통행을 위해 경사로 양쪽에 있어야 할 핸드레일이 없는데다 경사가 높은 탓이었다.

장애인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핸드레일은 필수 설치 사항이고, 경사도는 5.6도를 넘을 수 없다. 김 씨는 "수동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에게 핸드레일은 필수다. 게다가 조금만 경사도가 높아도 휠체어를 손으로 끌기 버거워 겨울에도 진땀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대구시내 공공기관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기준에 맞지 않게 설치돼 장애인들의 불편이 크다.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가 최근 대구시청과 시의회, 8개 구'군청 및 구'군의회 등 18곳 공공기관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상태를 조사해봤더니 출입구부터 화장실, 민원접수대, 의무비치용품, 비상경보등 등 각종 편의시설이 법률 기준에 맞지 않게 설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는 지난 2009년부터 장애인 등 편의시설 사전점검 조례에 따라 공공건물, 공동주택 등의 건축 허가를 내주기 전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지체장애인 박모(30'여) 씨는 9일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대구 남구의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장애인 화장실이 남'여 구분 없이 하나였던 것. 박 씨는 "드나드는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시간대였지만 볼일을 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불안해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화장실 출입구 폭도 규정에 따르면 휠체어 장애인을 위해 출입구 폭이 80㎝ 이상이어야 하지만 조사 결과, 대구시의회 등 7곳은 폭이 기준보다 좁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구의회와 달서구청 일부 장애인화장실은 청소도구와 쓰레기 보관 장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민원접수대도 바닥면으로부터 높이 70㎝ 이상 90㎝ 미만이어야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이용할 수 있지만 대구시청 등 11곳이 기준에 맞지 않았다. 또 8배율 이상 확대경, 공중모사전송기, 보청기 등 장애인용 의무비치용품을 모두 갖춘 곳은 공공기관 중에는 대구시청 한 곳뿐이었다.

비상 상황에도 장애인들의 고충이 크다. 동구청 등 8곳에는 소리 대신 시각 신호로 비상 상황을 알려주는 청각 장애인용 비상 경보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 이승수 과장은 "공공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은 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시설 이용이 가능하도록 설치 기준을 빠짐없이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구청 관계자는 "지은 지 10여 년 이상 된 공공기관 건물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법률 기준에 맞추려면 아예 건물 구조를 바꿔야 해 엄두를 못 낸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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