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의 인물] '바탄 죽음의 행진' 혼마 마사하루

입력 2012-04-09 07:23:02

2차대전 때 일본군은 포로를 매우 가혹하게 대했다. 항복을 최대의 수치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적군 포로 역시 군인의 명예를 더럽힌 자들일 뿐이었다. 이런 황폐한 정신세계가 잘 드러난 사례가 1942년 오늘부터 3일간 1만 여명의 미국-필리핀 연합군 포로를 죽인 '바탄(Bataan) 죽음의 행진'이다. 이를 이끈 인물이 혼마 마사하루(本間雅晴' 1888~1946)이다.

태평양전쟁 초기 일본군의 위력을 잘 보여준 장군으로 필리핀 침공 작전을 성공시켜 맥아더에게 치욕을 안겨줬다. 하지만 미군이 바탄 반도로 후퇴할 시간을 줬다는 이유로 해임돼 한직으로 물러난 뒤 1943년 전역했다. 바탄 반도에서 항복한 미국-필리핀 연합군은 모두 7만 명. 일본군은 이들을 수용소까지 총 128㎞를 강제로 행진시켰다. 폭염 속에 물도 음식도 주지 않았으며 낙오하는 포로는 사정없이 두들겨 패거나 총검으로 찔러죽였다.

혼마는 종전 후 마닐라 전범재판에서 이 야만적인 전쟁범죄의 책임자로 기소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포로의 처우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으며 그런 가혹행위가 있었던 줄도 몰랐다고 변호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맥아더의 명령으로 교수형 대신 총살형으로 처형됐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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