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幹 숨을 고르다-황악] (15)직지사의 보물들

입력 2012-04-06 07:30:47

청풍료엔 금동사리함·김룡사 동종 등 국보급 유물 수두룩

직지사 본사와 말사에서 출토된 국보
직지사 본사와 말사에서 출토된 국보'보물 등을 소장하고 있는 성보박물관인 청풍료. 앞뜰에 폐사지나 산천 등에서 훼손된 채 방치돼 있던 불상'석탑 등 석물 등을 가져와 전시하고 있다.
선산 도리사에서 출토된 국보인 금동육각사리함은 당대의 건축양식 등을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선산 도리사에서 출토된 국보인 금동육각사리함은 당대의 건축양식 등을 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직지사 말사인 문경 김룡사 동종은 장인의 독창성과 예술혼이 돋보이는 보물이다.
직지사 말사인 문경 김룡사 동종은 장인의 독창성과 예술혼이 돋보이는 보물이다.
국보, 보물 등을 소장하고 있는 성보박물관인 청풍료 뜰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어 천년고찰 직지사의 운치를 더욱 느끼게 한다.
국보, 보물 등을 소장하고 있는 성보박물관인 청풍료 뜰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어 천년고찰 직지사의 운치를 더욱 느끼게 한다.

선산 도리사 주지인 법성 스님은 이상한 꿈을 꾼 뒤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간밤 꿈에 세존 사리가 나타났고 이로 인해 야단법석을 한 것이 너무나 생생했기 때문이다. 마침 절에서 담장 밖 아무렇게나 팽개쳐져 있어 관심을 끌지 못하던 부도탑을 봉안하는 일을 하고 있어 더욱 이상한 생각을 하게 된 것. 탑 상부에 세존사리탑(世尊舍利塔) 명문이 있지만 탑의 유래를 알 수 없는데다, 수차례 도굴로 탑의 몸체만 남아 있을 뿐 기단이 없어 자리조차 잡지 못해 이리저리 굴러다닐 정도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어렵게 시주를 받아 탑을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날이 밝자 스님은 부도탑 세우기를 하는 작업장에 다가가 다시 한 번 부도탑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탑신 아래에 4각으로 10㎝ 정도의 깊이로 뚫려 있을 뿐 탑신은 꼭지 부분에 '世尊舍利塔'이라고 음각된 글자 외에는 이상한 점이 없었다. 실망한 스님은 발길을 돌리려다가 돌을 다듬고 있는 석공에게 탑신을 자세히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석공이 정을 들고 여기저기를 두드려보다가 탑신 밑 뚫린 부분 안쪽을 보더니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회칠을 한 것처럼 보였다. 그곳을 약하게 두드리자 금빛 모양의 육각사리함이 아래로 떨어졌다. 국보 제208호인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사리함에는 세상을 놀라게 한 석가모니 진신 사리 1과가 들어 있었다. 이때가 1977년 4월 18일, 지금부터 35년 전이다.

◆석가모니 사리와 함께 출토된 국보인 금동육각사리함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은 극적으로 발견됐다. 신라 최초 사찰인 도리사에서 세존 진신사리가 발견된 것은 불교계에서 더욱 의미심장한 일이다. 수차례 도굴됐지만 사리함을 이중의 사리공 구조로 만들어 이를 보존할 수 있었다. 또 주지 스님의 현몽에다 석공의 손길이 닿자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낸 것도 드라마틱하다.

금동육각사리함은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사리함은 육각형의 탑신부와 뚜껑의 기능을 가진 옥개부(屋蓋部) 두 부분으로 따로 주조되었다. 탑신부 하단에는 안상(眼象)이 뚫린 기단이 있다. 탑신 내부와 기단 안쪽은 도금이 되어 있지 않다. 주조된 두께는 2~4㎜ 정도. 사리함에는 당시 조선시대 백자 조각들이 함께 발견됐다. 사리함을 고정하기 위해 백자편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동사리함 안에는 천으로 싼 사리가 문종이 등과 함께 봉안되어 있었다. 하지만 천과 종이는 훼손이 심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출토된 사리는 현재 새롭게 건립된 '세존사리탑'에 보존하고 있다.

성보박물관 흥선 스님은 "통일신라 때 발견되는 원당형 사리 용기가 8각형인 반면 이 사리함은 6각형인 점이 독특하다. 사리함이 보여주는 기대(器臺)나 옥개석, 귀꽃 등 건축적 요소는 당시 부도를 비롯한 건축양식의 고찰에도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

사리함은 1982년 국보로 지정됐다. 1999년까지 동국대 박물관에 위탁보관돼 있다가 지금은 직지사 성보박물관에 귀중하게 보관되고 있다.

도리사 주지 법등 스님은 "신라에 불교를 전한 아도 스님이 머문 사찰인 도리사에서 세존 진신사리가 나온 것에 불교계가 흥분했다"며 "세존 사리 친견법회가 1달여 동안 열렸으며 이는 현재 성행하는 사리 친견 법회의 효시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호은집(好隱集)의 '도리사 석종기(石鐘記)'에 1743년 윤 4월에 냉산(冷山'지금 도리사가 있는 산) 기슭 석지사 터에 있던 옛 탑에서 발견된 사리와 금함을 탑에 재봉안했다고 하는 기록이 전하고 있어 부도탑 조성 동기와 사리의 유래를 확인할 수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성보박물관인 청풍료의 보물들

직지사는 불교 관련 보물'서적 등을 성보박물관인 청풍료(淸風寮)에 보관하고 있다. 청풍료는 직지사의 2개 누각인 만세루와 황악루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청풍료 앞마당에는 폐사지나 산천 등에 버려져 있던 훼손된 불상 등 문화재를 가져와 나름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 있도록 모셔 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불상'석물 등이 심하게 훼손되고 망가져 나무'판자 등에 의지해야 겨우 모습과 자리를 갖출 수 있다. 훼손된 유물을 관람하는 이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성보박물관은 요즘 문을 닫았다. 새로운 전시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학예사의 도움을 받아 박물관 안으로 들어섰다. 먼저 김룡사 동종과 마주한다. 이 동종은 조선 현종 11년(1670년)에 당대 최고의 종(鐘)을 만들었던 사인 스님이 만든 종이다, 보물 제11-2호다. 동종은 한 마리의 용두로 표현된 종고리와 윗부분을 연꽃으로 장식한 음통(音筒) 등 신라 종의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종 하단 4개의 연화문 당좌(撞座)는 장인의 독창성과 예술혼이 엿보이는 새로운 형태로, 스님이 같이 제작한 수타사 동종에서만 보인다는 설명이다.

박물관 오른쪽 벽으로 탱화 등이 전시돼 있고 왼쪽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가운데 모셔져 있는 석조여래좌상이다.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불상 높이는 128㎝이다. 통일신라시대 불상으로 원래 북암에 있었지만 약사전을 신축하면서 옮겼다가 성보박물관으로 옮겨 놓았다. 불상은 1959년 국보 제475호로 지정되었다가 1963년 국보와 보물로 구분되면서 보물 제319호로 재지정됐다. 불상은 머리 크기에 비해 어깨와 무릎 쪽이 작다. 얼굴은 전체적인 윤곽을 미뤄 풍만한 인상이지만 심하게 파손돼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점이 아쉽다. 왼손에 받쳐 든 둥그런 약합을 통해 약사여래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 통로에는 별도로 유리진열장이 있다. 앞에서 밝힌 '도리사 금동육각사리함이 가장 안쪽에 있다. 그 옆으로 경북 예천 한천사에서 출토된 금동자물쇠 3점이 놓여 있다. 고려 때 제작된 것으로 보물 제 1141호다. 자물쇠는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이나 석조 부도 등에 새겨진 것은 많으나 10세기 이전 유물로는 이곳의 3점 금동자물쇠와 호암미술관 소장품(보물 제777호)뿐이라는 것이다. 문양이 아름답고 의장은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자료이며, 출토가 분명한 특징이 있다.

박물관에는 보물 제1303호인 고려 공민왕 때 묘지와 묘수 두 비구니의 시주로 제작된 사경인 '백지금니금강보문발원합부'(白紙金泥金剛普門發願合部)와 보물 제1306호인 '묘법연화경' 등 직지사를 중심으로 김천'상주'구미'문경 등 경북 서북부 사찰'암자 등에서 발굴'출토된 국보'보물을 포함한 유물 4천여 점이 소장돼 있다.

◆봄기운으로 활기를 찾은 직지사

청풍료 뒷마당에는 3층 석탑이 있다. 구미 선산읍 원동 낙동강변 옛 강락사 터에 있던 것을 1968년 선산군청 앞뜰에 옮겨놓았다가 1980년 이곳으로 옮겨와 상륜부를 추정해 복원했다. 보물 제1186호로 지정됐다. 전형적인 통일신라시대 석탑 양식으로 대웅전 앞 석탑처럼 단층기단이다. 1층 몸돌이 2'3층에 비해 성큼하게 높으면서 지붕돌의 두께와 폭이 알맞아 차분하고 안정감을 준다. 눈을 들어 탑 꼭대기를 보니 황악산이 걸려 있다. 정상에는 여태껏 쌓여 있던 잔설이 말끔히 사라졌다. 황악산 능선도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 청풍료 자그마한 연못가에는 진달래가 수줍은 꽃망울을 터뜨렸다. '찌르르 찌르르' 이름 모를 산새가 봄을 노래하고 있다.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사진'서하복작가 texcafe@hanmail.net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