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팔공산 산새들과의 '우정 32년'…대구 동구자연보호산악회

입력 2012-04-06 07:53:38

"사람을 두려워하던 박새와 십자매들이 어느 날부터인가 손바닥에 놓인 모이를 먹으러 날아들었어요. 그 경이로움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동구자연보호산악회(회장 이동운)는 지난달 31일 회원 15명과 함께 팔공산 파계사 일대에서 야생조류 먹이주기 행사를 했다. 이날 회원들은 보리, 밀, 수수 등 먹이 300㎏을 새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회원들은 파계사 등산로 입구에서 내려 5인1조로 본격적인 먹이주기 채비에 들어갔다. 싣고 온 곡류 자루를 어깨에 메고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자 회원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산중턱을 지나 가시덤불이 무성한 양지바른 곳에 이르자 회원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회원들은 오랜 세월 새들과 함께하다 보니 산에 올라서면 새들이 좋아하는 보금자리가 어느 곳이지 한눈에 알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며 껄껄 웃었다. 회원들은 가져간 먹이를 등산로에서 멀리 떨어진 나무 밑과 바위 아래 등 6곳에 골고루 뿌려놓았다.

자연보호산악회는 1980년 산을 통해 친목을 도모해오던 산악회 회원들이 지역의 환경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자고 결의한 뒤 1983년 4월 대구자연보호산악회를 창립하면서 본격적인 생태계 지킴이 활동에 나섰다. 동절기 야생조류 먹이주기 행사를 해온지는 32년째다. 산악회는 연 8회 야생동물 및 조류의 먹이를 제공해 오고 있다. 또한 먹이 공급 시기는 매년 10월 초부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계속된다. 특히 산새들의 왕성한 번식을 위해 팔공산 동화사 일대와 은해사, 수태골 등에 달아준 새 집만도 5천 개가 넘는다.

이동운 회장은 "폭설이 잦은 겨울철 등산로까지 내려온 청설모와 새들이 쓰레기더미를 파헤치는 것을 보면서 이들과 가까이해온지도 30년이 넘는다"며 "이제는 새들이 친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산악회에서 산새 박사로 불리는 김해동(78) 고문은 "팔공산 일대에는 청설모, 다람쥐, 두더지, 집쥐 등 219개 종의 동물이 살고 있으며 오목눈이진박새, 새박새 등의 조류도 서식하고 있다"며 "해를 거듭할수록 먹이 부족으로 자주 찾던 조류와 동물들의 개체 수가 해마다 줄어들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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