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이 즐겁다] 대구 중심 수변공원

입력 2012-04-05 15:15:53

사시사철 맑은 물…계절마다 새 얼굴

서울에 청계천이 있다면 대구는 신천이 있다. 흔히 금호강을 대구의 젖줄이라고 하지만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신천이 시민에게 더욱 친근하다. 요즘 신천을 걸어보면 둔치마다 역동적인 감흥을 느낄 수 있다. 새벽부터 밤늦도록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야경은 더욱 아름답다. 인근 고층빌딩의 불빛이 투영돼 신비스럽다.

◆시민의 휴식처

취재진은 신천관리소에서 순찰용 전기자전거를 빌려 '신천탐방'에 나섰다. 상동교에서 침산교까지 왕복 3시간 동안 자전거로 신천의 곳곳을 살펴보았다. 따스한 봄볕 속의 신천은 하루가 다르게 싱그러운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둔치 주변엔 개나리 등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다. 싱그런 바람과 출렁이는 물, 화사한 꽃을 보고 즐기며 신천을 거닐 수 있다는 것은 대구시민에겐 축복이다.

새벽부터 시민들은 신천을 찾는다. 산책길은 자전거 통행로와 함께 한다. 운동하는 시민들 틈으로 자전거 타기는 정말 불편하다.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엔 운동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어나 사고발생 위험이 많다. 걷는 길과 자전거 길의 분리가 시급하다.

봄바람을 즐기며 걷기와 자전거타기 등 산책과 운동을 하는 시민의 표정은 밝다. 중동교와 대봉교 밑에는 게이트볼장이 있다. 어르신들이 편을 갈라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건강해 보인다. 생활체육광장에는 각종 운동기구가 있어 시민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대봉교와 수성교 사이 물결이 넘실거리는 하천엔 오리와 백로 등 새들의 놀이터다. 수성교 주변 둔치엔 수백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바둑과 장기를 즐기고 있다. 수성교 아래 징검다리가 정겹다. 징검다리를 건너 맞은편으로 건너갔다. 최윤정(39'수성구 수성1가) 씨와 딸 다경(10)이와 아들 현우(5)가 물가에 앉아 오리가족과 함께 정겹게 놀고 있다. 간식으로 가져온 과자를 던져주니 물에 놀던 오리가족이 쪼르르 다가온다. 최 씨는 "아이들이 좋아해 날씨가 좋을 때면 종종 신천 나들이를 한다"며 "이곳에 오면 물이 있고, 공기도 맑고, 물고기와 새들을 볼 수 있어서 신천 주변 동네로 이사 왔다"고 말했다. 대봉교와 수성교 사이에 수달의 상징물과 '수달의 꿈'이란 시비가 있다. 신천에 수달이 산다는 것은 '친환경의 터'라는 표시다.

신천교에서부터 물살이 빨라진다. 생동감 넘치며 흘러가는 물결의 모습이 보기 좋다. 산책로의 폭도 좁아진다. 주변엔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도청교 아래에선 다양한 운동기구를 설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신천의 풍광은 경대교에서부터 다시 회복된다. 침산교 아래 억새 밭에 도달하면 끝이다. 도심 속에서 이렇게 풍성한 억새 숲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이곳에서 500m쯤 내려가면 금호강과 만난다.

◆신천의 역사

신천은 대구의 중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도시하천이다. 총 연장 27㎞, 158㎡ 유역으로 대구시민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다. 청도군 팔조령과 비슬산 계곡 등에서 시작해 수성구 상동교 앞 용두산에서 굽이치며 수도산 건들바위~반월당~달성공원을 거쳐 달서천,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신천은 예전엔 농지의 주요 용수공급원이었다. 여름철엔 고기잡이와 멱을 감을 수 있는 도심 속의 놀이터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신천은 황폐해졌다. 주변에 주택과 공장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생활오수와 공장 폐수가 마구잡이로 유입되면서 오염이 극심해졌다. 이와 함께 상류지역에 가창댐 건설에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의 여파로 신천의 물은 급속히 줄어들어 급기야 마른 하천으로 변했다. 자연적으로 신천에 서식하던 새와 물고기, 식물들이 내쫓겼다. 물이 없어 고기가 살 곳이 못되고 새들도 둥지 틀 곳이 없어져 버렸다.

대구시가 비상대책에 나섰다. 1987년부터 10년 계획으로 '신천 되살리기 사업'을 시작했다. 신천 둔치 19만900㎡에 잔디를 심었고, 14만6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오'폐수 유입을 막기 위한 관로 사업 등 유지용수 방류공사도 했다.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신천을 위해 특별한 공사에 나섰다. 무태동 신천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한 방류수를 9.1㎞ 상류의 상동교까지 하루 10만t씩 퍼 올려 다시 내려 보내는 대역사를 추진했다. 지산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한 방류수도 가창교 하류 용두보에 합류시켰다.

그 결과 신천은 사철 푸른 물이 흘러내리는 생동감 넘치는 곳으로 변했다. 신천에 물이 생기자 자연도 되살아났다. 물고기와 새들이 돌아왔다. 맑은 물에만 사는 꺽지와 참몰개, 그리고 수달까지 나타나 시민의 관심을 끌었다. 요즘 신천에는 팔뚝 만한 잉어 떼가 유유히 헤엄치고 다닌다. 이와 함께 피라미, 갈겨니, 가물치 등 9종류의 물고기가 살고 있다. 그 주변에 청둥오리, 고방오리, 논병아리, 백로, 왜가리, 황조롱이 등 18종 500여 마리의 새들도 정착했다. 시민도 새벽부터 밤늦도록 신천을 찾아온다. 산책과 운동을 하는 주민을 위해 둔치 곳곳에 다양한 운동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췄다. 신천관리소는 매년 꽃나무 등을 심어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곳곳에 분수도 설치해 여름엔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낸다. 이제 신천은 대구 중심의 수변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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