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잘 지내고 겨울철 시간관리 잘해야 성공
귀농은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다. 도시와 전혀 다른 농촌생활에 적응해야 하고 문화의 차이도 뛰어넘어야 한다. 도시의 삭막함을 뒤로하고 농촌에서 인생 2모작에 나선 귀농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귀농 준비생 최영욱·김미혜 씨 부부
최영욱(60)·김미혜(56) 씨 부부는 귀농 준비생이다. 부산이 고향인 최 씨는 직장을 은퇴한 뒤 경남 거창군 마리면 서편마을에 인생 2막의 둥지를 틀고 있다. 서편마을(이장 이채호)은 전국에서 맞춤형 귀농마을 1호로 지정된 '귀농 1번지'다.
최 씨 부부는 지난해 9월 완성된 귀농인의 집에서 무료로 6개월간 농촌체험에 나섰다. "거주할 집을 구하는 것과 토박이 주민들의 외지인에 대한 경계심으로 동화되기 어려웠어요."
최 씨 부부는 다행히 3년 전 고향으로 귀농한 이채호 이장을 멘토로 삼아 농사기술도 배우고 주민과 친숙해지고 있다. 6개월간 농촌 체험을 하며 새로 거주할 집과 논밭도 임대해 놓은 상태다.
"겨울 추위와 농한기 때 무료함을 견딜 수 없었어요."
귀농 초보생인 최 씨 부부는 그간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래서 앞으로는 농한기 때를 대비해 농사 전문서적을 보며 작목기술도 연구했으며 하우스 재배 등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처음 이 마을에 왔을 때 경운기, 관리기 등 농기계를 다루는 것조차 생소했지만 지금은 밭갈이, 풀뽑기 등을 하며 어느덧 농군으로 변해가고 있다.
올해는 감자, 고구마, 야콘 등 여러 가지 작목을 비닐하우스에서 시험재배하고 있으며 앞으로 육묘재배에 나설 예정이다.
"처음에는 돈을 많이 벌기보다는 보관하기 쉽고 귀농 초보생이 재배하기 쉬운 콩 종류의 작목을 키워 보고 싶어요."
최 씨 부부는 마을 어르신들을 선생님으로 삼아 농사일도 배우고 농촌의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생각에 꿈이 부풀어가고 있다.
◆귀농 7년차 김영길·나영희 씨 부부
"귀농 첫해 농약과 제초제를 구분하지 못해 벼농사를 망치면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영천시 대창면에서 복숭아를 재배하는 귀농 7년차 김영길(52)'나영희(50) 씨 부부는 귀농 첫해를 그렇게 기억했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20년간 자영업을 해온 김 씨는 지난 2006년 부인과 함께 아무런 준비 없이 덜컥 농촌으로 들어왔다. 시골 빈집을 수리해 무작정 벼농사를 지었다. 경운기만 겨우 운전할 정도로 농사에는 문외한이었다. 당시만 해도 귀농 개념조차 모호한 시기로 정부의 지원 대책도 미미한 실정이었다. 김 씨는 자신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최소 1년 이상은 귀농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 정부 기관의 귀농인 교육 과정과 귀농 선배들의 경험담, 귀농할 지역의 주민과 교감을 통해 철저히 준비할 것을 조언했다.
귀농 초기에는 농촌 주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돌아온 것은 마음의 상처뿐이었다고 회고했다.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농촌생활이 가장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김 씨 역시 "지역 주민들과의 동화가 가장 어려웠다"며 "지금은 새마을지도자로 봉사하며 자연스레 지역 주민과 동질감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사 정보 파악에도 열성이다. 김 씨는 영천귀농인협회, 쌀사랑연구회 등 각종 모임에 참가해 현장감 넘치는 정보 교환과 농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농사는 정년이 없잖아요. 땅은 땀 흘린 대가만큼 되돌려줍니다." 김 씨 부부는 복숭아꽃이 활짝 피고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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