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기업의 먹성은 대단하다.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 사업(MRO), 골목 상권, 동네 빵집을 먹어치우더니 이제는 식자재 유통 사업까지 삼키고 있다. 대상, CJ, LG, 이마트 등 식품 대기업이 지난 7월부터 식자재 유통에 속속 진출하면서 중소 유통업자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중소기업청이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위협을 이유로 사업 조정을 권고했지만 막무가내다.
식품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에 진출하려는 것은 대기업 비중이 10%밖에 안 되는 미개척 시장인데다 성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학교나 직장 등의 단체 급식이 늘어나면서 식자재 유통은 매년 10%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돈이 되면 가리지 않는 한국 대기업의 천민자본적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보다 못한 중소기업청이 지난해 대상에 대해 사업의 일시 정지 권고를 내렸지만 개인사업주를 내세워 사업을 계속하는 얄팍한 수법까지 쓰고 있다.
현재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은 소형 트럭 한 대로 주변 식당에 계란이나 야채를 납품하는 영세상인이나 직원 3, 4명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업체가 대부분이다. 전국적인 유통망과 우월한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식품 대기업이 식자재 유통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이들 영세상인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이들 대기업 때문에 사업을 접어야 할 처지에 몰린 영세상인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존은 새로운 자본주의를 위한 제1의 가치다. 99대 1의 양극화가 해소되지 못하면 시장경제는 절대로 건강하게 발전하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대기업의 식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위험에 빠뜨리는 공적(公敵)이다. 본란은 지난 1월 대기업은 대기업다워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금 국민은 정말로 대기업다운 대기업을 보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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